정부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고 은행권을 향해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등 시장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어려운 경제 여건 아래 국민의 이자 부담이나 투자 환경을 단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관건은 이러한 정책의 효과가 지속될지 여부. 오히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시장의 체질을 저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을 대상으로 내년 6월말까지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실행됐다. 앞서 5일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의 공매도 금지 첫날 국내 증시는 폭등했다. 코스피는 저 거래일보다 5% 넘게 급등해 2500대로 올라섰고, 코스닥도 800대를 회복했다.
그동안 자본시장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금지를 가장 반대해 왔다. 금융당국은 공매도가 다양한 투자전략의 하나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주요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강조해 왔다.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국내 증시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갈라파고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시장의 가격 거품을 막고, 증시 변동성을 줄이는 순기능이 있어 개미 투자자들의 금지 요구에도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도 1500만 개미 주주들과 여당의 지원 속에 공매도 금지를 단행했다. 대통령실은 “자산시장 내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라며 “불공정 경쟁이 계속되어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투자자들이 이탈하게 되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공매도 금지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금지 효과가 장기적으로 국내 증시의 상승으로 이어질지 의문을 제기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업종이나 개별 종목 단에서는 이번주부터 공매도 금지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MSCI가 선진국 지수를 분류할 때 경제 발전 수준, 시가총액 및 유동성, 시장 접근성을 고려해 분류하는데, 이 중 시장 접근성과 관련해 공매도 금지가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시간이 지날수록 공매도 규제에 의한 종목의 반등은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단순 낙폭 과대에 따른 숏커버(주식 재매입) 종목은 수급 재료가 사라지면 다시 조정을 보일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도 상황은 비슷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소상공인의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는 발언을 인용해 은행의 대출 행태를 비판했다. 뒤이어 이달 1일에는 “우리나라 은행들은 일종의 독과점이기 때문에 갑질을 많이 한다”며 은행권을 향해 강한 경고를 날렸다.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은행권은 즉각 백기 투항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지 4일 만에 하나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을 발표했으며, 뒤이어 신한금융이 105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 지원 계획을 내놓았다. 우리금융과 KB금융 역시 개별 사회공헌 방안을 마련에 들어갔다. 여기에 은행권 공동으로 상생금융 재원 출연을 확대하는 대규모 지원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압박이 향후 불러올 결과에 우려하고 있다. 당장 대출금리가 내려가 국민 부담이 줄지만 장기적으로 대출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이익을 정부가 나서 제한할 경우 은행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60~70%에 달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이탈할 수 있다”며 “이는 은행의 자금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집중할 부분은 금리인상에 취약한 변동금리 중심의 대출 구조를 고정금리 중심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의 시장 개입 정책을 두고 포퓰리즘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두 정책(메가 시티 구상 및 공매도 금지) 모두 절차적으로 매우 졸속이면서 단기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해 마련되고 기획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복현 금감위원장은 올해 공매도 전면 재개를 검토한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공매도 금지를 발표했다”며 “내년 6월까지인 금지 시한도 선거를 의식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