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에서만 4번 정상에 오른 커제가 없는 중국은 어떤 모습일까. ‘별들의 제전’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스물여덟 번째 대회 주인공을 가리는 무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타 공인 세계 최강의 기사 신진서 9단의 2년 연속 우승 달성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기원은 8일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32강이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오는 15일 열리는 대진추첨식을 시작으로 2주간 열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 17명, 중국 9명, 일본 4명, 대만 1명, 유럽연합 1명 등 총 32명이 출전한다. 각각 한명씩 ‘단기 필마’로 격전장에 나서는 선수들의 면면도 준수하다. 대만의 유일한 출전자 쉬하오훙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바둑 개인전 종목 금메달리스트이며 유럽연합 대표로 출전하는 안드리는 ‘우크라이나의 이창호’로 불리는 바둑 스타다.
개최국인 한국은 앞서 9월 열린 국내선발전에서 소속 프로기사 191명과 아마추어 선발전 통과자 12명 등 203명이 출전해 9장의 본선 티켓을 놓고 22대 1의 경쟁을 펼쳤다.
국내선발전 결과 강동윤⋅홍성지⋅김정현⋅한웅규 9단, 안정기 7단, 김누리⋅김승진 4단이 일반조를 통과했고, 이창호 9단이 시니어조, 김은지 7단이 여자조에서 본선행을 확정했다. 전기 대회 4강 시드를 받은 신진서⋅최정⋅변상일⋅김명훈 9단과 국가시드 박정환⋅신민준⋅안성준 9단, 강우혁 7단 등 8명이 합류한 한국은 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
중국은 선발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커제 9단이 탈락한 가운데 국가시드 구쯔하오⋅딩하오 9단과 국내선발전 통과자 롄샤오⋅황윈쑹⋅쉬자양⋅왕싱하오⋅셰얼하오⋅탄샤오 9단, 저우훙위 7단 등 9명이 출격한다. 일본은 이야마 유타⋅쉬자위안 9단(이상 국가시드), 요다 노리모토 9단⋅모토키 가쓰야 8단(이상 국내선발전) 등 4명이 본선 무대에 오른다.
대만은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쉬하오훙 9단이 대표로 나서고, 유럽연합 대표로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크라베츠 초단이 와일드카드를 받아 본선 무대에 명함을 내밀었다.
혈혈단신으로 삼성화재배 우승 도전에 나선 대만은 ‘일당백’ 쉬하오훙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국내기전 8관왕이기도 한 쉬하오훙 9단은 8강 토너먼트로 열린 대만 최종 선발전에서 3연승을 거두며 본선에 올랐다.
2020년과 202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본선 출전인 쉬하오훙은 이전 두 차례 대회에서는 모두 16강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막을 내린 아시안게임에서 박정환⋅신진서⋅커제 등 한국과 중국 최강자들을 연파하고 금메달을 거머쥐며 대만의 영웅으로 등극한 바 있다.
쉬하오훙 9단이 금메달을 차지하자 대만 차이잉원 총통은 축전을 보내 축하했고, 귀국한 바둑 국가대표 선수단을 총통부로 초대해 선전을 치하했다는 후문이다. 대만 매체들은 세계랭킹 35위인 쉬하오훙이 세계랭킹 1~3위를 모두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대서특필했는데, 이번에도 또 한 번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편 중국바둑 간판스타 커제 9단의 삼성화재배 본선행 실패는 바둑계에서 큰 화제였다. 2013년 이 대회 본선에 처음 출전한 커제 9단은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본선을 비롯해 모두 아홉 차례 삼성화재배에 출전한 단골 멤버다. 2015년 첫 우승을 이뤄낸 후, 2016⋅2018⋅2020년 정상에 등극하는 등 총 4회 우승해 은퇴한 이세돌 9단과 함께 삼성화재배 공동 최다 우승자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출전자 32명 중 나이가 가장 어린 기사는 김은지 7단(2007년 5월)이며, 최고령자는 초대 우승자인 요다 노리모토 9단(1966년 2월)이다. 또한 우승 경험을 가진 선수는 모두 5명으로 이창호 9단이 세 번(1997~1999년) 우승했고, 요다 노리모토(1996년)⋅구쯔하오(2017년)⋅박정환(2021년)⋅신진서(2022년) 9단이 각각 한 번씩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16일부터 시작하는 32강 토너먼트로 결승 진출자를 가리고, 25일부터 열리는 결승3번기를 통해 스물여덟 번째 대회 우승자를 배출한다.
전기 대회에서는 3년 연속 결승에 오른 신진서 9단이 여자기사 최초로 메이저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한 최정 9단을 2-0으로 제압하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삼성화재배의 통산 우승 횟수는 한국이 14회로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 중이고 이어 중국 11회, 일본이 2회씩 정상을 밟았다.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202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우승상금은 3억원, 준우승상금은 1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다. 모든 경기는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삼성화재 글로벌캠퍼스에서 진행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