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긴축에 들어간 이후 우리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총 680억 달러를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긴축 종료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의 환율 안정을 위한 시장 개입은 계속될 전망이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환율안정을 위해 외환당국이 시장에 순매도한 달러는 총 680억 달러에 달한다. 한화로 대략 89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가 외환 시장에 개입한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에 따라 달러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한 영향이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3월 2.6% 기록한 이후 높은 인플레이션을 계속해서 유지했다.
이에 미 연준은 그해 11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시작했으며,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들어가 5월 빅스텝(0.5%p↑), 6월 자이언트스텝(0.75%p↑)을 단행했다.
미 연준의 긴축으로 원‧달러 환율은 2021년 1월 1일 1084.73원에서 연말 1188원까지 상승했고, 2022년 8~9월 폭등해 1440원대까지 올라갔다. 이는 11~12월 다시 급락해 120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올해 다시 1300원대로 올라섰다. 최근 2년 사이 원‧달러 환율 변동 범위가 1000원대에서 1400원대에 달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대응은 급격한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시장에 보유한 외화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응이 가장 활발한 시기는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해 1400원을 위협하던 2022년 4월부터 8월까지다. 당시 정부는 시장에 총 329억 달러를 순매도했다.
정부의 외화 자산 매각에 따라 국내 외환보유액은 2021년 1월 4427억 달러에서 올해 10월 4128억 달러까지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정부가 국제수지 불균형을 보전하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유하고 있는 대외 지급준비자산을 말한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시장 개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금리인하 시점을 놓고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금융연구원은 최근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297원으로 제시하면서 “미 달러 강세 요인들이 완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점진적 하락 추이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에서 벗어날 때마다 환율 변동성 확대가 반복될 가능성에 대비해 신중한 환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은은 현 외환보유액이 환율 변동 등 외부 변화에 대응하기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외환보유액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은은 “올해 9월 말 외환보유액은 4141억달러 수준으로, 대외충격에 대한 완충 역할에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면서도 “향후 중장기적으로 보유액의 추가 확충 방안도 적극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