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도 버젓이 판매…정부 ‘책임 회피’만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후도 버젓이 판매…정부 ‘책임 회피’만 

삼성·LG 판매 ‘살균 필터’, 소모품 형태로 최근까지 유통
진성준 “지금이라도 ‘살균 필터’ 분담금 대상에 포함해야”

기사승인 2023-11-16 11:00:10
지난 8월 31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전국동시다발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캠페인 및 기자회견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2011년 가습기 참사 이후에도 ‘가습기살균제’에 해당되는 ‘살균 필터’들이 국내 주요 가전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으며 뒤늦게 문제가 되자 과거 정부가 내놓은 공식 입장마저 부정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가습기살균제 관련 정부 문건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지난 2011년 정부가 ‘가습기살균제’라고 정의한 범주에 포함되는 ‘살균 필터’가 최근까지도 온라인 등을 통해 유통·판매되고 있었다.

가습기 참사가 발생한 이후 유해한 ‘가습기살균제’ 관련 제품은 모두 폐기되고 판매되지 않을 것이란 일반적인 인식과 다른 것인데 정부의 안일한 대처 탓에 국민이 유해 물질에 계속 노출되어 온 셈이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지난 2011년 12월 가습기 참사 대책으로 ‘가습기살균제’를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약외품으로 지정 고시했다. 당시 고시에서 가습기살균제를 ‘미생물 번식과 물 때 발생을 예방할 목적으로 가습기 내의 물에 첨가하여 사용하는 제제(製劑)’라고 명시했는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제품 회사들이 판매한 가습기 내 ‘살균 필터’도 이에 포함됐다.

‘살균 필터’는 액체·고체성 살균제와 다르다는 일각의 주장도 있지만 가습기에 장착해 물에 용해하는 작용 원리라는 점에서 식약처가 정의한 ‘가습기살균제’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가습기 참사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만큼 가전업체들은 2012년 정부 측과 만나 대책을 논의하고는 이후부터는 ‘살균 필터’가 들어간 가습기를 판매하지 않았다. 다만 이미 기판매 된 제품의 소모품 형태로 판매했는데 정부(식약처)는 이에 적절한 조치 없이 방치했다. 1차적으로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의 직무태만이라고 여겨진다.

또 이는 2017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국회 입법 과정에 정보 보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살균필터’도 정부의 정한 가습기살균제 범주에 해당했다는 사실이 제대로 전달됐다면 국회 차원에서도 더욱 세심히 들여다봤을 것인데 이를 누락해 간과한 것이다.

사진=가습기살균제사건 특별조사위원회 자료집 갈무리

2017년 환경부의 가습기살균제 분담금 대상 기업 조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사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환경부의 가습기살균제 분담 대상 기업 조사도 꼼꼼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있다. 환경부는 산하 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을 통해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한 기업들을 조사했는데 이마저도 부실했던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도 이뤄졌다. 어떤 과정을 통해 제품이 만들어지는지 실질적인 현장 조사가 필요했음에도 업체가 제출한 서면 위주로만 조사했다.

환경부는 이전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식약처가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변명도 가능해보이지만, 분담금을 위한 환경부의 조사 과정만 철저하게 이뤄졌더라도 진작에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해당 제품의 판매 기업들을 분담금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잘못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소 해괴한 해명을 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0일 예결위에 출석해 ”특별법상 가습기살균제의 정의에서는 장착형 ‘살균 필터’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그 당시 국회에서 특별법을 제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서 대상을 정했는데 당시는 2011년까지 시장에서 판매된 제품에 한했다”고 말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진성준 의원은 쿠키뉴스에 “2012년 복지부가 인정한 가습기살균제를 환경부가 2023년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살균 필터를 분담금 대상에 정상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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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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