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많이 나오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침체된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인수 대상자를 찾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업황이 좋지 않아 인수가격을 놓고 의견차가 나타나는 등 저축은행 업권에 불리한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21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상인 애큐온 조은 한화저축은행 등 다수의 저축은행들이 경영권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금융위원회로부터 매각 명령이 내려져 곧 매물로 나올 상상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은 지난 7월부터 한화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조은저축은행은 모회사인 홍콩계 투자금융그룹 SC로이가 올 초부터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업계 6위권 애큐온저축은행도 내년부터 매각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애큐온의 경우 지난 2019년부터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가 경영권을 갖고 있는데, 사모펀드는 이익실현을 위해 5년 내에 수익을 올리고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서는 것이 보편적이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도 M&A를 반기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침체된 저축은행 업권에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한다면 분위기가 활성화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저축은행들의 업황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현 시점에서 굳이 신규 진입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저축은행 79곳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6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918억원 감소했다.
실적 감소 뿐 아니라 건전성도 좋지 않다. 저축은행들의 상반기 총여신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3.41%) 대비 1.92%p 상승했다. 이 기간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포함한 기업대출 연체율은 2.83%에서 5.76%로 2.93%p, 가계대출 연체율은 4.74%에서 5.12%로 0.38%p 올랐다. 또한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이 악화한 곳이 1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이같은 추세 속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하던 우리금융도 끝내 인수를 포기하면서 그나마 M&A 가능성이 보이던 상상인저축은행도 매각이 불발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일 “그룹의 저축은행부문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인수를 검토했지만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 불발 배경으로는 높은 가격이 꼽힌다. 일각에선 인수 비용이 최대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우리금융 내부적으로는 기존 금융 계열사와 시너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2000억원 이상은 어렵다는 보수적 시각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제도권 금융사에서 인수 대상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사모펀드들이 인수할 수 있겠지만, 이익 실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반기 저축은행들 수익성 악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다 보니 수익성 증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곽수연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0월 이후 조달금리가 크게 상승했으며, 대손부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에도 수익구조 안정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M&A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일 대주주가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저축은행도 소유할 수 있도록 추가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금융당국은 M&A 활성화를 위해 지난 7월 동일 대주주가 최대 4곳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었지만 대상 지역이 비수도권으로 한정되면서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앞에서 언급된 대형사들의 경우 그나마 매각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지방에 위치한 소형 저축은행들은 매각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없다고 보고 있다”며 “지역 간 M&A 규제를 풀 경우 금융지주사뿐 아니라 영업망 확대와 대형화를 노리는 타 저축은행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