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백일해 환자가 속출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영아 때부터 백신 선택권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확인된 백일해 환자는 160명으로, 11월에만 92명이 신고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명보다 5배 급증했다. 특히 올해 확진자 중엔 12세 이하 소아·청소년이 122명으로 76%를 차지했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백일해 예방 접종(DTaP)을 누락했거나 추가 접종해야 하는 어린이의 적극적인 접종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백일해는 제2급 호흡기 감염병으로, 주로 비말을 통해 전파된다. 예방 접종은 생후 2개월부터 6세까지 5회, 11~12세에 1회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 접종은 총 6회에 걸쳐 이뤄진다. 이는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채택됐고 4가, 5가 혼합 백신에 한해 정부 지원이 적용되고 있다. 11세 이상 청소년 및 임산부, 성인용 백신으로는 Tdap(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접종이 권고된다.
혼합 백신은 하나의 백신으로 여러 감염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 접종 횟수를 줄여준다. 아이의 스트레스나 병원 방문으로 인한 시간도 덜 수 있다. 5가 백신(디프테리아,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 B형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으로 접종을 시작할 경우 2, 4, 6개월 영아의 접종 횟수는 기존 6~9회에서 3회로 감소한다.
현재 생후 1년 이내 영아는 최대 27번의 주사를 맞아야 한다. 결핵, B형간염, 폴리오, 수두, 일본뇌염, 수막구균, 로타바이러스 등에 대해 각각 2~3차에 걸친 접종 일정이 잡혀있다. 많은 접종 횟수, 복잡한 접종 일정 탓에 적절한 접종 시점을 놓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 DTaP 접종률도 1세 97%, 2세 95%에서 6세 94%, 12세는 85%로 갈수록 떨어진다.
특히 직장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부모를 중심으로 접종에 대한 부담감이 드러난다. 18개월 아이를 둔 백미주(가명·36세)씨는 “주말 아니면 연차를 써서 아이의 밀린 접종을 하러 가는데 그마저도 아이 상태가 안 좋으면 또 미뤄야 한다”면서 “접종해야 할 게 많아 챙기기 힘들다”고 했다. 2세 남아를 육아 중인 최희성(가명·38세)씨도 “접종 횟수를 줄여줄 수 있는 비싼 백신을 맞게 하지 않은 걸 후회한다”며 “잦은 접종 때문에 아이가 고생하다보니 아이가 크면서 접종의 필요성이 무뎌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는 백일해를 포함해 감염병의 예방 효과를 높이려면 영유아 때부터 권장시기에 맞춰 백신을 접종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조혜경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유아 예방 접종은 가급적 권장하는 시기에 완전 접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추가 접종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혼합 백신은 예방 접종률을 높이는 데 도움 된다”며 “향후 또 다른 감염질환을 예방하는 새로운 백신의 도입이 필요할 때도 접종 대상자인 영아들과 부모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6가 DTaP 혼합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6가 DTaP 혼합 백신은 B형간염을 포함해 총 6가지 질환을 예방하며 총 접종 횟수를 최대 2회까지 줄인다고 알려진다. 조 교수는 “6가 DTaP 혼합 백신은 면역 효과, 안전성, 편의성,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등 이점이 분명한 백신이다”라며 “아이와 보호자의 실질적 혜택을 높이려면 6가 DTaP 혼합 백신의 국가예방접종 도입을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