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좀 더 경쟁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 설립 문호를 개방하면서 인터넷점문은행 설립에 도전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만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큰 변화를 불러올 시중은행 설립에 도전할 곳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도 지연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해 7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신청을 상시 접수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가 이자 장사에 치중하는 관행을 불러왔다는 지적에 은행 간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추가 은행 설립을 허용하고 나선 것.
금융당국의 결정에 따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에 이어 곳곳에서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내민 곳들이 등장했다. 대표적인 곳이 전국 130만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신용데이터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과 개인기업(개인사업자)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적시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컨소시엄 등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르면 내년 1월 당국에 예비인가 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금융서비스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다”며 “많은 분들의 공감 속에 컨소시엄 구성 등 예비인가 신청 준비가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전시가 지역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금 신고·환급 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여러 곳에서 관심을 보이는 것과 달리 시중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도전장을 내민 곳이 없다. 대출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대형 플레이어의 등장이 필요하지만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은행권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의 비중은 6.01%, 전체 대출로 범위를 좁히면 2.58%에 불과하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역시 지연되고 있다. 대구은행은 당초 올해 9~10월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제출되고 있지 않다. 대구은행 증권계좌 불법 개설 문제 등을 놓고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지면서 당국이 전환을 승인할지도 불투명하다.
기업들이 시중은행 설립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 하는 것은 자본금 부담과 함께 지분 제한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법 상 비금융주력자는 일반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그러면서 필요자본금은 1000억원으로 인터넷전문은행(250억원)의 네 배에 달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특별법에 따라 비금융주력자가 지분을 34%까지 보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 필요자본금부터 전국적인 영업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다”며 “산업자본을 제외하고 금융사 가운데 이를 감당할 곳은 국내에 1~2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자본은 금산분리에 묶여 있어 시중은행 설립에 나서는 곳이 없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