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가 ‘백제’ 커제의 백번을 격파했다.
13일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신안갯벌박물관에서 속행한 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준결승에서 신진서 9단이 중국 커제 9단에게 244수 끝 흑 1집반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이날 대국은 부동의 한국 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중국 최강의 기사 커제 9단이 치른 22번째 대국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신 9단이 승리한 둘 간의 상대전적은 11승 11패, 균형을 맞추게 됐다.
커제는 흑번 승률은 평범한 편이지만 백번으로 특히 강해 백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는데, 이날도 돌가리기 후 선택권을 얻자 백을 선택했다. 신 9단의 승리는 커제 9단의 백번을 무너뜨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한편 LG배는 돌가리기로 흑과 백을 즉시 결정하지 않고, 맞힌 쪽에서 흑과 백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유일한 메이저 세계대회다.
다른 4강전에선 변상일 9단이 중국 강호 미위팅 9단을 꺾고 결승에 올라 한국 선수 간 결승전이 성사됐다. 두 기사 간 상대전적은 신진서 9단이 32승7패로 압도하고 있다. 결승전은 내년 1월 29일부터 3번기로 진행한다.
한국 우승은 이미 확정됐지만, 그럼에도 랭킹 1위 신진서 9단과 3위 변상일 9단의 대결은 바둑 팬들을 설레게 하는 승부다. 두 기사 모두 날카로운 창을 휘두르는 기풍으로, 그동안 대결에서 수차례 멋진 전투 바둑을 펼친 바 있다.
결승에 오른 신진서 9단은 국후 커제 9단과 대결을 복기하며 “어렵게 갈 이유가 없었는데 단점들이 나왔다”면서도 “결승에 올라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이어 신 9단은 “세계대회 결승은 항상 5대5라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변상일 선수가 춘란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 부분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실력적으로는 비슷한데 제가 상대전적이 크게 앞서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나을 것 같아 그런 부분을 공략해야 할 것 같다”고 임전 소감을 갈무리했다.
춘란배 우승에 이어 메이저 세계대회 두 번째 정상 등극을 노리는 변상일 9단은 4강 미위팅 전에 대해 “초반에 잘 두었으면 많이 앞서갈 수 있었는데 실수를 했다”면서 “어려운 진행이 이어졌고 운 좋게 이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변 9단은 “LG배 결승에 처음 올랐는데 기쁘고, 한국 선수끼리 펼치는 결승이 돼 좋다”면서 “결승에 오른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 9단과 변 9단은 지금까지 국내⋅외 대회 결승전에서만 6번 맞붙어 신 9단이 5번 승리했다. 변 9단은 세계대회로 분류하는 제8회 국수산맥 국제 결승전에서 신 9단을 꺾고 우승한 바 있다.
신진서-변상일 결승이 성사되면서 한국 우승이 확정된 LG배 국가별 우승 횟수는 한국 13회, 중국 12회, 일본 2회, 대만 1회다.
제28회 LG배 우승상금은 3억원, 준우승상금은 1억원이다. 4강 진출자는 2400만원, 8강 진출자 1200만원, 16강 진출자 600만원, 24강 진출자는 각각 400만원을 받는다. 본선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 40초 초읽기 5회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