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색깔이 변질되거나 이물질 혼입 우려가 생기는 등 의약품 품질을 둘러싼 관리 문제가 반복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업계의 자정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규제 보완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이어진다.
지난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의약품 등 회수 명령 안내에 따라 초당약품공업의 일반의약품 ‘모드나 캡슐’에 대한 회수 조치가 이뤄졌다. 제품에서 변색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초당약품공업은 캡슐 내부에 있는 갈색 가루가 흘러나와 겉면의 흰색 캡슐을 물들여 발생한 것으로 봤다.
앞서 5월에는 동아제약 ‘챔프시럽’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으로, 대원제약 ‘콜대원키즈펜시럽’은 성분들이 제대로 섞이지 않은 상분리 현상으로 제조·판매가 중단된 바 있다. 대원제약의 경우 지사제 ‘포타겔’에서 미생물이 초과 검출되면서 품질 부적합 판정을 받고 자진 회수를 진행하기도 했다.
7월엔 종근당의 ‘모드콜코프시럽’ 절취선 부분에서 흰색 약액이 누출됐다는 신고가 있었다. 관련해 식약처는 행정처분 절차를 밟는 중이다. 한미약품의 빈혈제인 ‘훼로맥스액’은 이물질 혼입 우려가 생겨 지난 9월 회수됐다.
올해 이어진 의약품 품질 문제들은 대부분 ‘포(包) 포장’ 방식의 제품에서 나타났다. 포 포장은 복약 편의성이 높아 시럽형 어린이 제품에 주로 적용한다. 건강 취약 계층으로 구분되는 어린이가 많이 쓰는 의약품이다 보니 심각성은 더 커졌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현장에서 시럽형 의약품에 대한 품질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식약처는 기획감사의 일환으로 포 포장 형태 의약품 30개 품목을 수거해 검사했다. 식약처는 향후 의약품 공정과 관련한 단속과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약업계는 현재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을 받으며 의약품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가져가고 있지만, 모든 공정 과정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건당국이 문제 해결을 위한 기준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앞서 문제로 거론됐던 어린이용 제품들은 ‘방부제 무첨가’로 인해 갈변이나 상분리 현상을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기존 의약품 제조 기준에 방부제 무첨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담겨있지 않아 업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까지 힘겨운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 B씨도 “의약품 품질 문제로 거론되고 싶은 제약사는 없을 것”이라며 “업계는 식약처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제조 과정을 밟아나간다. 감시·감독 강화에 앞서 상황에 따른 규제가 제대로 정비됐는지, 공정 과정 준수를 위해 업계에선 어떤 것이 필요한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식약처는 일련의 문제들이 업체들의 공정 관리 미흡에서 나온 것으로 봤다. 식약처는 쿠키뉴스 서면 질의에 “올해 일어난 시럽제 품질 문제 등은 포장 및 제형 방식 때문이 아닌 업체별 품질·공정 관리가 미흡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이어 “업체마다, 제품마다 불량 사항이나 발생 원인이 다르며 이를 찾고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개별적 불량에 대해 일괄적 규제를 두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규제 정비 등은 논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자정을 위한 규제 마련 등 제약업계의 요구사항 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수렴하고 소통을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