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감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국내 치료제 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가진 오리지널 의약품 ‘타미플루’의 품절 사태가 빚어지자 뒤따르던 한미약품이 수혜를 보고 있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표본감시기관 196곳을 대상으로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환자를 살펴본 결과 12월 둘째주(3~9일) 기준 61.3명으로 집계됐다. 12월 첫째주 48.6명에서 일주일 만에 60명대를 넘어섰다.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발생한 환자 수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항바이러스 치료제 수급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로슈의 오리지널 의약품 ‘타미플루’가 가장 보편적으로 처방되지만 예상보다 큰 독감 유행으로 물량이 부족해졌다. 바로팜 등 의약품 유통 업체에 따르면 ‘타미플루캅셀75mg’의 품절입고알림 신청 횟수가 전체 의약품 중 3위에 올랐다. 수액 치료제인 ‘페라미플루’ 역시 지난 9월부터 수급이 어려운 상태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이비인후과 A원장은 “최근 몇 개월 전부터 타미플루 물량이 부족해 처방이 어려운 상태다”라며 “정부가 비축분을 푼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당장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성분이 같고 급여가 적용되는 복제약을 처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현재 타미플루 외 국내 병의원에서 처방 가능한 항바이러스제는 한국로슈의 ‘조플루자’, 한미약품의 ‘한미플루’가 있다. 조플루자는 한 번의 복용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약값이 7~8만원대에 이른다. 반면 한미플루는 5일 동안 복용하는 경구제로, 급여 적용을 받아 7~8000원대 처방이 가능하다.
가격적 접근성이 높다보니 한미플루의 처방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원외처방 기준 한미플루의 올해 누적 처방은 11월까지 약 50억원이다. 11월 한 달 동안 15억원가량의 처방이 이뤄졌다.
지난해 생산량과 비교해도 올해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 사이 생산량과 올해 같은 기간 생산량을 비교하면 약 200% 이상 성장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한미플루는 약 20년간 독감약 시장을 독점해온 타미플루의 특허 만료에 따라 시장에 처음 등장한 개량신약이다. 2016년에는 타미플루보다 25% 낮은 가격으로 독감약 시장 점유율을 50%대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다수 제네릭 제품이 등장하면서 점유율은 비교적 감소했지만 최근에도 타미플루 다음으로 20%대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한동안 이 같은 매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12월 한 달간 매출이 그 해 전체 한미플루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호흡기 감염병 유행이 이어지며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로, 매출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 관리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