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범정부 기구인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본격 가동됐다. 산업계는 혁신위 활동이 신약 개발을 이끄는 실질적 마중물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국무총리 직속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22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 운영에 돌입했다. 혁신위는 12개 중앙행정 기관장과 분야별 민간위원 17명을 위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부처 간 소통을 강화해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현장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이날 1차 회의에서는 2024년 운영계획을 비롯해 바이오헬스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계획, 규제장벽 철폐방안 등이 논의됐다.
논의된 사안 중 산업계는 특히 ‘신약의 혁신 가치 적정 보상’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간 산업 현장에서는 신약의 적정 보상이 미흡해 투자는 물론 연구개발이 힘을 얻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실제 지난 1999년 이후 총 36개 국산 신약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았지만 올해 기준 절반가랑이 품목 허가를 취하한 상태다. 낮은 약가 때문이다. 천문학적 수준의 비용을 투자해 신약을 개발했지만 약가가 낮게 책정되는 탓에 시장성이 떨어지고 외국에서도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최근엔 국내 시장에 등을 돌리고 해외에서 선(先)발매를 추진하는 사례도 이어진다.
혁신위는 혁신 신약에 대한 ‘경제성 평가 우대’ 정책안을 꺼내들었다. 현재 신약은 경제성 평가를 통해 비용효과성이 인정되는 경우 건강보험 등재가 가능하다. 이때 경제성 평가는 점증적 비용효과비(ICER)를 기준으로 결정되는데, 기존에는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 같은 경우 ICER 값이 5000만원 이하 수준일 때만 경제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앞으론 혁신성을 인정받은 신약이라면 ICER 값이 5000만원 이상이어도 예외적으로 인정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연구개발 비중이 높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인정받은 경우에도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확증적 임상시험을 수행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속심사를 거쳐 허가받은 국산 신약은 약가가 우대된다. 이전에는 필수의약품이면서 세계 최초로 허가된 신약에 한해 우대를 인정했다.
위험분담제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 기존에는 대체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만 대상이 됐다면, 비가역적으로 현저한 삶의 질 악화를 초래하는 중증질환 치료제도 추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신농포 건선, 간질성 폐질환, 유전성 혈관부종, 중증 천식 치료제 등도 위험분담제를 통해 급여목록에 등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혁신위는 또 가격이 너무 낮아 대량 생산을 하면 손해를 봤던 일부 필수의약품에 대해서도 약가 보정을 적용한다. 약가 산정방식을 개선해 기업이 국산 원료를 사용하면 68% 정도의 가산을 반영하기로 했다. 더불어 기업이 직접 생산한 원료가 아니더라도 국산 원료라면 모두 가산 제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비했다.
혁신위는 이번 개선안을 두고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신약 개발 선순환 등 혁신 성장을 위한 노력에 충분히 보상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제약바이오 혁신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산업계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존에는 연구개발을 주도한 기업체들이 만족할만한 충분한 가치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아젠다로 상정돼 향후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약가는 제약기업의 주된 캐시카우인 만큼 산업계에 실효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나온 의제들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실행력과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부처 간 칸막이를 극복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