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행복진흥원은 기록 및 자료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대구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 2014년부터 ‘대구여성 생애 구술사’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2014년 ‘섬유’, 2015년 ‘시장’, 2016년 ‘의료’, 2017년 ‘예술’, 2018년 ‘패션·미용’, 2019년 ‘방문판매’, 2020년 ‘집(家)’, 2021년 ‘교육’, 2022년 ‘차(車)’, 2023년 ‘이주’를 키워드로 대구의 역사와 여성의 삶이 교차되는 부분을 조명하여 생활 속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올해 발간한 대구여성 생애 구술사는 역대 가장 많은 17명의 생애 구술을 담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온 여성, 국제결혼으로 가정을 이룬 여성, 공부를 위해 대구를 찾은 학생 등 다양한 계기로 17개 나라에서 각각 대구로 이주해 살고 있는 여성 17명의 스토리를 담았다.
함경북도 무산이 고향인 최청옥(80) 구술자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시절을 겪으며 꽃제비 생활을 하기도 하고 자녀들이 세상을 먼저 떠나는 고통을 겪다가 61세에 탈북했다.
1960~1990년대 북한에서의 생활을 생생하게 들려준 구술자의 생애에는 북한과 중국, 몽골, 서울을 거쳐 대구로 이주해온 고단한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권하연(55) 구술자는 중국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로 생활하던 중 중국으로 여행 온 남편을 만났다.
안정적인 중국 생활을 접고 대구로 이주한 권하연 구술자는 오랜 시간 강의를 하면서 대구다문화강사협회를 만들어 후배 이주 여성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
1996년 결혼과 함께 일본에서 대구로 이주한 이나오까 아끼(52) 구술자는 민감한 한일 관계에도 일본 사람이라서 불이익당한 적은 한 번도 없고, 오히려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정을 느끼며 살고 있다고 한다.
출산 후 극심한 우울증을 앓기도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지금은 행복한 두 손녀의 할머니가 됐다.
고려인 3세로 우즈베키스탄 의사였던 유게이 나타리야 에미레부나(44) 구술자는 결혼과 함께 대구로 이주했다.
지금은 전공을 살려 러시아에서 치료를 위해 대구를 찾는 의료관광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구술자를 통해 고려인의 생활,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의료인 역할 등 다양한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멀리 페루에서 사랑 하나만 바라보고 대구로 이주한 홍바네사(43) 구술자는 고향과 달리 안전한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이제 한없이 느긋한 페루 사람보다는 한국 사람에 가까워졌다는 구술자는 ‘빨리빨리’가 익숙해졌다고 한다.
오빠를 따라 일자리를 찾아 몽골에서 온 이선영(47) 구술자는 옷 공장, 이불 공장, 핸드폰 공장 등에서 일하다가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언젠가 박사과정까지 마치겠다는 공부의 꿈을 가지고 있다.
필리핀 세부가 고향인 오윌마(45) 구술자는 한국인 남편을 소개받고 일주일 만에 결혼하고 대구로 이주했다.
최근 갑작스럽게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자녀들과 함께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태국 이주 여성들의 맏언니 역할을 하고 있는 분와린 품스리커(태국), 대구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노윤아(인도네시아), 첫눈에 반해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김리아(키르기스스탄), 경북대에서 박사과정 공부 중인 라리손 라자나마나나 한츠니리 제르마(마다가스카르), 그리고 남하영(베트남), 코스타 김 릴리아니(브라질), 초지와(캄보디아), 파르크호멘코 바레리아(러시아), 카트리 니샤(네팔), 칸루 메리디스(미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여성들 10명의 구술 인터뷰가 책에 담겨 있다.
한편 대구행복진흥원은 대구여성 생애 구술사 10권 발간을 기념, 2014년부터 구술자 78명의 삶을 요약해 부록으로 실었다.
대구=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