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 부진했던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정상궤도에 올랐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은 길었던 리빌딩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2~2023시즌에 대한항공에 이어 정규리그 2위에 올랐고, 한국전력을 꺾고 약 5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비록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대한항공에 0승 3패로 스윕패를 당했지만 향후 미래는 밝아보였다. 지난해 4월 준우승이 확정된 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도 “지난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이제 세대교체를 통해 더 강해진 현대캐피탈의 시대가 올 것이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유난히 부침을 겪었다. 허수봉, 전광인 등 팀 주축 선수들이 국가대표 일정으로 인해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거의 없었다. 여기에 전광인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막바지 부상을 입고 소속팀에 돌아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이로 인해 현대캐피탈은 한 때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2라운드부터 6연패 수렁에 빠진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팀을 9시즌 동안 이끌었던 최태웅 감독을 전격 경질하며 변화를 줬다. 최 감독을 대신해 진순기 수석코치가 감독 대행을 맡았다.
일단 임시 조치는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은 사령탑 교체 이후 5경기를 내리 승리하면서 순식간에 순위를 6위에서 4위(승점 31점)까지 끌어올렸다. 2위 그룹 삼성화재, 대한항공(이상 승점 38점)과는 승점 7점차다.
진 감독 대행은 지난 7일 삼성화재전에서 승리한 이후 팀 상승세를 두고 ‘시기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을 앞두고 변화가 있었다. 지난 시즌을 함께 했던 오레올이 떠나고 삼성화재에서 뛰었던 아흐메드가 팀에 합류했다.
아흐메드는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최근 5연승 기간에는 한 경기를 제외하고는 20득점 이상을 마크하며 폭발적인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5경기 평균 공격성공률이 56.14%에 이른다. 득점 부문 3위(559점)와 공격 종합 2위(공격 성공률 54.20%)에 위치했다.
지난 시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했던 허수봉은 올 시즌을 앞두고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팀이 초반에 무너지자 최 감독은 허수봉에게 다시 다양한 포지션을 맡기기도 했다.
반면 진 감독 대행은 허수봉을 아웃사이드 히터에 고정시키고 있다. 허수봉도 점점 적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KB손해보험전에서는 개인 시즌 최다인 21점(공격성공률 62.07%)으로 펄펄 날았다. 허수봉은 “공격에 자신감이 붙었다”고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발목 부상으로 시즌 초반 결장했던 전광인도 폼을 되찾았다. 4라운드 4경기에서도 52득점, 공격성공률 57.75%를 기록 중이다.
공수 겸장인 전광인이 정상궤도에 오르면서 팀 수비도 이전에 비해 훨씬 좋아졌다. 여전히 범실은 7개 팀 중 가장 많지만, 리시브 팀 효율이 42.59%로 리그 전체 2위다. 3라운드에는 6위까지 쳐졌지만 확실히 안정감을 되찾았다.
시즌 초반 이현승에 밀려 기회가 많지 않았던 세터 김명관이 이제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것 또한 호재다. 5연승 기간 동안 평균 10개가 넘는 세트를 성공하는 등 팀의 주전 세터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주고 있다. 삼성화재전에서는 아흐메드(공격점유율 43.48%), 허수봉(20.65%), 전광인(20.65%) 등 고르게 공격을 배분했다. 76회의 세트 중 55회(세트당 13.750개)를 기록했다.
10년 넘게 현대캐피탈에서만 전력 분석을 담당했던 진 감독 대행의 지도력도 눈에 띈다. 상대에게 분위기가 넘어갈법 하면 곧바로 작전 타임을 통해 분위기를 바꾼다.
삼성화재전에서 1세트 7-12까지 격차가 벌어지자 작전 타임을 요청해 흐름을 끊었다. 이후 선수들에게 작전을 제시하며 삼성화재의 뒤를 쫓았다. 비록 1세트는 현대캐피탈이 22-25로 패배했지만 이후 나머지 3개의 세트를 모두 잡아내며 역전승을 따냈다.
선수들의 기량 회복과 동시에 감독 대행의 지휘까지 합쳐지면서 현대캐피탈은 시즌 초반 악재를 딛고 반등할 준비를 마쳤다.
현대캐피탈은 오는 1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 홈경기를 치른다. 올 시즌 대한항공을 상대로 3전 전패를 당했는데, 아직 한 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시즌 중반 순위 경쟁은 혼돈으로 빠질 전망이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