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은 동절기 접종계획 발표를 통해 지난해 11월1일부터 영유아(6개월~4세) 및 고위험군 소아(5~11세)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XBB.1.5) 신규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화이자의 백신을 각각 40만회분, 9600회분 구입했다.
현재 접종이 권고되는 영유아 고위험군의 범위는 면역저하, 폐·심장·간·신장 등의 만성질환, 신경·근육질환, 염색체장애, 뇌성마비 등을 갖고 있거나 의사의 소견에 따라 접종이 필요한 경우다. 보호자가 자신의 접종을 원할 때도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이번 겨울 들어 영유아를 중심으로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질병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을 보다 넓게 가져갔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달 26일 브리핑을 통해 “최근 국내에서 학령기 소아·영유아에게 다양한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화이자 신규 백신을 도입함으로써 생후 6개월 이상 모든 국민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백신 접종에 대한 영유아 부모들의 관심은 높지 않다. 질병청의 영유아 코로나19 백신 사전 예약 및 접종 현황(12일 기준)에 따르면, 모더나 사전 예약은 113건, 실질적 접종은 112건(1차 100건, 2차 12건) 이뤄졌다.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화이자 사전 예약 건수는 18건에 그쳤다. 실제 접종 건수는 1차 4건이다.
1세 남아를 키우는 안지영(가명·32세)씨는 “2022~2023년 동절기 접종 시기에도 영유아 코로나19 접종 권고 문자를 받았지만 주변 사람들 중 아이에게 접종시킨 사례는 손에 꼽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유행해서 안 그래도 백신을 여러 차례 접종시켜야 하는데 코로나19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며 “개발된 지 얼마 안 된 백신의 부작용도 걱정된다”고 전했다.
최현경(가명·39세)씨는 11개월과 3세 두 아이 모두 접종시킬 마음이 없다고 밝혔다. 최씨는 “큰 아이가 폐가 약해 고위험군에 속하긴 하지만 백신을 접종할 의향은 없다”며 “심근염 등 부작용 논란이 있었던 만큼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 주변에서 접종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면 그때 고민해 볼 것”이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는 영유아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진 않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중증화 가능성을 고려해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장했다. 박지영 중앙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기저질환이 있는 영유아가 아니라면 백신 접종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영유아는 성인에 비해 중증화율이 매우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면서 다중 감염을 우려하는 분들도 있는데, 한꺼번에 감염돼 영향을 받을 우려는 적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이만큼 부모의 접종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영유아를 둔 부모라면 감염병 질환에 대한 백신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외 독감 등 다른 감염병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또 “어린이집에 다닌다면 위생수칙 준수도 이어가야 한다”며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과 더불어 필요한 경우 적절한 격리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