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가 이미 영업 중인 탕후루 점포 바로 옆에 탕후루 가게를 연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유튜버 진자림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탕후루를 먹었을 때 기분이 진짜 좋아서 그 행복한 기분을 여러분들한테 직접 주고 싶었다”며 개업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탕후루 유행이 지났다고 하지만, (개업을) 안 해보면 후회할 거 같아서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며 “망하는 것도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게 장소, 개업 시기와 함께 약 20여명의 유명인과 인플루언서가 방문하는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진자림의 탕후루 가게 위치가 공개된 이후 그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바로 옆에 이미 영업 중인 탕후루 가게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행복한 기분을 주고 싶으면 그냥 팬들한테 사줘라”, “양심, 도덕, 상식이 없는 거냐”, “망해도 경험? 소상공인은 생계다”, “네임밸류로 옆집 고객 뺏고 옆집 망하게 한 다음에 본인은 부업이니 망해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등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법적으로 일정 거리 내에 동일 업종을 출점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건물관리 규약이나 상가 규약에 정해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동일 업종의 입점을 막을 수 없다. 다만 점포의 영업권을 보장하고, 상가 내 임대 활성화를 위해 동일 업종 간 거리를 유지하는 건 일종의 관례처럼 지켜지고 있다. 해당 사건이 ‘유명세를 이용한 소상공인 죽이기’라는 상도덕 논란에 휩싸인 이유다.
논란에 불을 지핀 건 진자림이 동일 업종이란 사실을 속였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진자림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단 한 네티즌은 현재 영업 중인 A 탕후루 가게에 자주 방문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A 가게 점주와의 대화를 공개했다. 그는 “처음엔 한 남자가 찾아와 (옆 가게에 문을 열) 디저트 카페라고 인사하고 가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나중에 (탕후루 가게인 걸) 아시고 충격을 받으셨다”라며 “자기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너무 속상하다고 거의 우시면서 얘기하셨다. 눈은 팅팅 부어계셨다”라고 적었다. 이어 “인근 부동산도 다 디저트 카페인 줄 알고 계약했다며 사장님한테 죄송하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입장에서 유명 인플루언서나 프랜차이즈 기업의 동일 업종이 바로 옆에 입점하는 건 커다란 위기로 다가온다. 수도권에서 8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2019년 바로 옆 점포에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입점한 것이다. A씨는 “당시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에 규모도 5배나 큰 카페가 바로 옆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막막하고 속상했다. 저에겐 이 카페가 전부이기 때문”이라며 “이미 형성된 상권에서 매출을 나눠 먹는 것이라, 매출이 줄어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상도덕 논란이 일어난 건 경제난 속에서 누리꾼들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자신과 동일시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라며 “하지만 경쟁이 심해지고 성공이 어려워진 사회적 분위기에서 소상공인과 자신의 동일시하는 효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경제가 어려운데 안 그래도 힘든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제 살 깎아 먹기처럼 경쟁하는 건 상도덕이 없는 모습으로 비워져 분노를 일으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