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도 노인 무임승차 논쟁…바꾼다면 어떻게

2024년에도 노인 무임승차 논쟁…바꾼다면 어떻게

기사승인 2024-01-25 06:00:06
1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노인 무료급식소 인근 식당가에서 노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 시작된 노인 무임승차 폐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면 폐지, 연령 상향, 현행 유지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전문가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지난 18일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노인들의 지하철 무료 승차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 말에 따르면 노령층 무임승차는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도시철도공사의 부채가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 또 하나는 대도시 노인들만 혜택을 받기 때문에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변화”라며 “도시철도와 버스, 택시에 사용할 수 있는 연간 12만 원 선불형 교통카드 지급 및 소진 시 40% 할인율을 적용한 요금으로 전환”할 계획을 밝혔다.

같은 날 대한노인회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노인 무임승차로 지하철 적자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허위라고 밝혔다. 지하철이 운행하는 동안 승객의 탑승 여부와 상관없이 같은 전기료가 발생한다는 이유다. 대한노인회는 “국토부가 대한교통학회에 맡긴 보고서에서도 지하철 적자와 노인 무임승차는 연관이 없다고 입증됐다”라며 “노인 무임승차 폐지는 노인들의 건강권, 행복권, 일자리 등을 박탈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인 무임승차 논쟁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노인 인구 증가로 무임승차 인구가 함께 증가한 문제에 공감하지만, 사회보장제도로서 역할도 크기 때문이다. 직장인 임지우(30)씨는 “지방 노인들이 혜택을 못 받는다는 이유로 복지를 없앨 게 아니라, 모든 노인에게 혜택이 돌아갈 방법을 생각해야지 다 같이 줄이는 게 맞냐”며 “이럴 거면 복지를 다 없애는 게 맞다. 일할 능력 없는 노인 복지는 없애고 청년 복지는 왜 계속하냐”고 반문했다. 2009년부터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노인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국가다.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노인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무임승차 제도를 도입한 지난 1980년대의 만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4% 미만이었으나, 지난해 만 65세 이상 인구는 973만411명으로 전체의 19%에 달한다. 통계청은 노인인구 비율이 2025년 20%, 2036년 30%, 2050년 4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가영(29)씨는 “평균수명이 늘어나 노인층도 많아졌으니, 과거에 정한 65세 이상부터 무임승차가 가능한 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노인 지하철 이용자들은 여행에서 기쁨을 찾는다’(For South Korea’s Senior Subway Riders, the Joy Is in the Journey)는 기사를 통해 노인 무임승차 정책을 재조명했다. 뉴욕타임스

노인들에게 무임승차는 복지 이상의 의미란 의견도 있다. 지난해 9월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노인 지하철 이용자들은 여행에서 기쁨을 찾는다’(For South Korea’s Senior Subway Riders, the Joy Is in the Journey)는 제목으로 도시철도공사 적자로 노인 무임승차 폐지나 연령 인상이 거론되는 한국 상황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선 70년 함께한 아내를 2021년 떠나보낸 후 우울감에 빠져 한동안 씻지도, 먹지도 못한 배기만(91)씨 사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지하철 나들이가 배씨에게 옷을 입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밥도 챙겨먹고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만들어줬다며 “한 번 탈 때 1500원(1.15달러) 정도의 하찮은 비용이 노인들에게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 역시 소득 수준과 이용 시간대에 따라 노령층의 요금을 할인해주는 대중교통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는 만 62세 이상 노인에게 소득 수준(월 소득 296만원 기준)에 따라 월 정기권이나 50%할인을 제공한다. 일본은 주민세를 납부하는 70세 이상 고소득 고령자에게 약 20만원을 내면 대중교통을 1년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실버패스를 도입했다. 저소득 고령자는 약 1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영국은 평일 오전 9시 이후부터 60세 이상 노인들이 대중교통을 무임으로 승차하게끔 설계했다.

전문가는 변화하는 국내 노인 인구 구성에 맞춰 무임승차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두고 노인층과 청년층을 대비하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라며 “노인 인구 증가에 맞춰 이제 노인층에서의 소득 계층 간 자산격차를 고려할 때”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노인 무임승차가 가지는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역할 크다”라며 “기초생활수급자나 긴급복지지원 등 중위소득 75%까지는 지금처럼 무임 기조를 유지하고, 나머지 노인들은 소득 비례 부담 등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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