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신(新)4대악과 4대 부적격 비리에 대해 사면·복권이 되더라도 4월 총선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부적격 기준을 대폭 강화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도덕성 논란이 잦은 야권과 차별화를 꾀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31일 오후 이같은 내용의 공관위 3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도덕성 평가에서 모든 범죄 경력에 대해 15점 감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이번 방침에선 특정 범죄에 대해 사면·복권된 경우라도 공천을 배제하기로 기준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공천 원천 배제 대상이 되는 ‘신 4대 악’은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범죄다. 4대 부적격 비리는 △ 본인·배우자·자녀 입시비리 △채용비리 △국적비리 △병역비리다. 공관위는 벌금형이 확정되거나 공천 신청 당시 해당 심급에서 벌금형이 선고될 경우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고, 사면·복권이 이뤄진 경우에도 배제하기로 했다.
국민적 지탄을 받는 형사범으로 집행유예 이상이 확정되거나 공천 신청 당시 신급에서 벌금형 이상 판결을 선고 받은 경우에도 공천을 원천 배제한다. 사면 복권 시에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범죄에는 성범죄, 몰카 스토킹 등 여성 범죄와 아동학대, 아동 폭력 관련 범죄가 포함된다.
아울러 강력범죄와 뇌물·재산·선거·도주차량·음주운전 등 파렴치 범죄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이 중 음주운전에 대해선 선거일부터 20년 이내 3회 이상, 10년 이내 2회 이상, 윤창호법 시행 이후에는 1회만 저질러도 공천을 원천 배제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에서 사면·복권된 경우를 포함해 부적격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한 것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을 겨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범죄 혐의를 부각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현재 민주당이 제시한 공천 기준은 다소 지지부진하다. 새롭게 공개한 국민 참여 공천 기준에 음주 운전이 사라져 ‘당대표 방탄’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9일 후보자 심사 기준인 도덕성, 정체성, 기여도, 의정 활동 능력 등 네 항목에 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공천 세부 심사 기준을 발표했다. 이 중 ‘도덕성 기준’에는 △뇌물 등 부패 이력 △책임지는 자세 △성범죄 이력 △납세·병역 등 국민 의무 △직장 갑질과 학폭 이력 등 다섯 분야가 담겼다.
앞서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성범죄, 음주 운전, 직장 갑질, 학교 폭력, 증오 발언 등을 ‘5대 혐오 범죄’로 규정해 검증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천 심사가 다가오자 심사 기준에서 음주 운전과 증오 발언이 빠지면서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2004년 면허 취소 수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 0.158% 상태로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돼 벌금형(150만원)을 받았다.
일주일에 두 세 차례 재판정을 드나드는 이 대표의 모습은 도덕적 우위와 거리가 멀다. 이 대표는 전날(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사건 재판에 출석했다. 이 사건과 ‘선거법 위반’, ‘위증 교사’로 재판 중인 이 대표가 이번 달 피습 이후 법원에 출석한 횟수는 다섯 차례에 달한다. 지난 19일에는 선거법 재판, 22일에는 위증 교사 재판을 위해 중앙지법에 출석했다. 지난 23일, 26일에 이어 이날은 대장동 재판으로 법원에 나왔다.
여권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31일 논평을 통해 “스스로 공언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어기는 민주당을 향해 ‘역시나’라는 반응뿐 아니라, 이 대표의 음주운전 전과와 형수 욕설 논란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라며 “민주당이 말로는 ‘원칙 공천’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국민 무시 공천’, ‘당 대표 맞춤형 공천’과 다를 바 없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의 공천 기준에 대해서는 “민주당과는 완벽한 차이가 있는 방침”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국민의힘은 다르다. 그 어떤 정파적 치우침도 없이 엄격하고 투명한 기준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여권 관계자도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의 공천 기준이라면 선거 출마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평가하며 “특히 성폭력 2차 가해 등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국민의힘 공천 기준을 민주당에 적용한다면, 과연 민주당 의원들 중 몇 명이나 공천이 가능하겠나”라고 질타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민주당 공관위의 5대 도덕성 기준에 대해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었다. 정확히 이 대표만 걸리지 않도록 여러 고려를 해 만들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