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보험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보험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대표적인 종목이다.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를 높이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회사 10곳 중 4곳이 PBR 1배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PBR은 각 기업 시가총액과 순자산(자본총계)간 비율을 말한다. PBR이 1보다 작으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에 비해 시가총액이 작다는 뜻이다. 실제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 돼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달 중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기업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은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다. 기업을 압박해 스스로 경영 개선 방안을 마련게 하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증시를 밀어 올리자는 의도다.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 ROE 등)의 시가총액·업종별 비교공시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표 권고 △기업가치 개선 우수기업으로 구성된 지수 개발 및 ETF 도입 등이 골자다. 일본에서도 성공한 선례가 있다.
보험업종은 전통적인 저평가 업종이다. 보험업종은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 생명보험 0.28배, 손해보험 0.55배 수준이다. 저평가 주요 원인으로는 인구구조 한계와 산업 성장성 결여, 저금리 환경에서의 운용 수익률 부담, 규제환경 등이 꼽힌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소식에 저PBR주가 훈풍을 탔다. 지난주 보험주는 18.8% 상승하며 코스피 변동률 +2.9%를 대폭 상회했다. 한화손해보험 +29.0%를 선두로 △미래에셋생명 +28.7% △ 한화생명 +24.7% △동양생명 +24.7% △삼성화재 +20.1% △삼성생명 +19.1% △현대해상 +16.2% △ DB손해보험 +14.0% △코리안리 +7.7% 등이었다.
주주환원 제고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주가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달 31일 주당 1만6000원을 배당하겠다고 공시했다.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생명은 지난 2019년 이후 배당을 하지 않았는데, 배당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교보증권은 보험사들의 예상 배당수익률을 5.3%~8.8%로 전망했다. △동양생명 8.6% △현대해상 7.6% △한화생명 7.2% △한화손보 6.2% △DB손해보험 5.9% △삼성생명 5.3% 순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적용된 새 회계제도(IFRS17)로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됐고,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쌓아야 할 해약준비금(고객이 계약을 해지할 때 돌려줘야 하는 자금)을 더 많이 쌓아야 한다는 점은 변수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PBR이 낮은 종목이 아니라 향후 정책적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을 차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우선적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은 주주환원 확대를 빠르게 발표해 행동으로 보여주는 기업”이라며 삼성화재를 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보험사 중 실적과 자본 안정성이 높아, 대규모 신계약 CSM을 확보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향후에도 꾸준한 실적 및 배당 증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교보증권 김지영 연구원은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됐고, 실적이 견조하고 배당수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면서 보험업에 대해 투자의견 ‘오버웨잇(비중 확대)’를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실적개선, 그리고 높은 주주환원정책으로 배당수익이 기대된다”며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을 최선호주로 꼽았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