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도입을 앞두고 학부모와 교사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2학기부터 모든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시작될 예정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운영 방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늘봄학교,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늘봄학교는 아동, 학부모, 교사 모두 늘봄학교를 원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학교 현장에서는 충분한 준비 없이 늘봄학교 도입을 앞둬 혼란이 큰 상황이다. 방신혜 경북 진평초등학교 교사는 이날 토론회에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늘봄학교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2월이 돼서야 계획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새 학기를 앞두고 아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는 학교에서는 늘봄학교 관련 공문을 받을 사람이 없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5일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교사들은 늘봄학교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장은정 충북 산남초등학교 교사는 “교육부는 교사에게 늘봄학교 업무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현장에선 불신이 가득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방과후 학교는 교사가 시간표 작성, 강사 모집, 강사료 지급 등 행정적 업무를 담당해야 했다. 초기 보조 인력이 배치됐으나 예산 감소로 이마저도 없어졌다”라며 “결국 기피업무는 신규교사나 저경력 교사들에게 돌아간다”라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저학년 돌봄 공백 완화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늘봄학교 운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예혜란 교육부 방과후 돌봄 정책 과장은 “3~5세 유치원‧어린이집 오후 이용률은 90.3%에 달하지만, 초등 방과후 학교와 돌봄 이용률은 각각 50.3%, 11.5%로 저조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초등학교 하교 이후 돌봄 공백을 경험한 학부모들의 경력 단절과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예 과장은 “일부 학생들만 받을 수 있는 방과후‧돌봄이 아니라 희망하는 학생이 모두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인원 충원 계획을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방 교사는 “교육부는 기간제 교원 2250명을 선발해 배치한다고 했으나 이들은 늘봄 행정업무를 담당한다”라며 “행정업무 이외에도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강사, 아침 돌봄 강사‧자원봉사자, 오후 돌봄 전담사, 틈새 돌봄 자원봉사자, 저녁 돌봄 강사, 안전인력, 방과후 프로그램 강사가 필요하다. 인력 문제는 결국 해결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교사들은 교육부 주장과 달리 학교 내 돌봄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어려울 거라고 예상한다. 방과후 학교와 돌봄 업무를 7년간 담당해 온 방신혜 초등교사는 “교육부가 지난 5일 발표한 늘봄학교 추진 방안은 현장과 동떨어진 꿈같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에 버스 2대 다니는 농어촌 학교에 교육부가 말하는 대학생 멘토 지원자는 없다”라며 “아이에게 줄 짜장면 한 그릇을 배달해 주지 않아서 냉동식품을 사서 주는 것이 현실”이라 설명했다. 이어 “제대로 운영될 수가 없기에 교사들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돌봄을 경험한 학부모들도 늘봄학교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홍은석씨는 “직장을 다녀야 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하교한 뒤 길을 건너고 상가 건물을 지나는 게 걱정돼 돌봄교실 이용을 원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아이가 중학생이 된 뒤에야 ‘학교 다닐 때 제일가기 싫은 게 돌봄교실이었다’라는 말을 했다”라며 “아이들은 학교에 머물긴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학부모가 원하는 건 아동을 위한 돌봄이다. 초등학생 학부모인 황인욱씨는 “교육부에선 늘봄학교를 통해 ‘재미있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사교육비 걱정을 덜었다’라는 말이 나오길 바라는 것 같지만, 사교육비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세계 최고 돌봄인가 반문하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가 원해서 서울 중구 직영 초등 돌봄교실에 보내고 있는데 만족도가 높다”라고 밝혔다. 그 “아동 친화적인 돌봄교실과 아이가 행복한 돌봄이라는 정책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라며 “행복한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행복한 선생님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