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얼어붙었던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이 올해는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새 회계기준적용의 불확실성 해소로 M&A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하지만 자본건전성을 두고 여전히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 M&A 시장에서는 단 한 건의 거래도 성사되지 못했다.
가장 최근 매각이 결렬된 곳은 KDB생명이다. 지난달 KDB생명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됐다. KDB생명이 매각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6번째다.
매각 대상은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KDB칸서스밸류PEF’ 펀드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KDB생명 지분 92.73%다. 산은은 직전 인수 후보였던 하나금융지주와 협상했던 안을 준용하는 조건으로 MBK파트너스와 매각을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의 경우 실사까지 진행했지만 막판에 인수를 포기했다. 하나금융은 함영주 회장이 비은행 비중 확대를 강조해온 만큼 유력한 원매자로 꼽혔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는 지주 보험업 강화 전략 방향과 부합하지 않아 중단하게 됐다”고 인수 포기 입장을 내놨다.
매각 결렬 원인으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본확충 부담이 꼽힌다. 산은이 추후 최대 3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으로 부담을 덜어주려 했지만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9월 기준,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은 경과조치 적용 전·후 각각 60%와 134.1%로 금융당국 권고치(150%)에 모두 미달한다.
ABL생명도 지난해 매각이 무산됐다.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매각에 나섰지만 관심을 보였던 PEF들과 BNK금융지주는 중도에 인수 의사를 취소했다. 약 3000억원 수준의 ABL생명 몸값을 두고 원매자와 매각자 간 의견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MG손해보험은 지난해 두 차례 매각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MG손보 대주주는 JC파트너스지만 지난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 지정 뒤 예금보험공사에서 공개 매각 입찰을 진행해왔다. 앞서 금융위는 2022년 4월 부채가 자산을 초과했고 지급여력비율도 보험업법상 최소 요구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를 들어,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1월 첫 번째 공개 입찰에는 아무도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같은해 8월에는 한 곳에서 인수의향서를 냈지만 국가계약법상 복수의 원매자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 유찰되기 때문에 매각 작업이 재차 무산됐다. 다만 예보가 지난달 31일 MG손보 정리 관련 관련 회계·법률자문 용역 공고를 내면서 곧 3차 매각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도 롯데손해보험,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매물로 나와있다. 롯데손보 매각가는 2조원, BNP파리바생명 배각가는 1500억원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새 회계기준(IFRS17)에 따른 실적이 나와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에, 올해부터 본격적인 보험사 인수전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IFRS17은 지난해 적용을 시작했다. 지난해 초 보험사들은 IFRS17 계리적 가정을 낙관적으로 적용해 실적을 늘렸다는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겪었다.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은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를 반영한 연간 실적 성적표가 나오면서 인수자가 좀 더 명확히 가치책정을 할 수 있게 됐고, M&A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매물로 쌓여있는 보험사들의 경우, 자본건전성이 좋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 아니겠나”라며 “원매자들이 최종 인수할만큼 매력을 느끼는 매물이 아직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기준 MG손보와 KDB생명은 금융당국 지급여력비율 권고치에 미달했다. ABL생명은 경과조치 적용 전후 지급여력비율이 109.1%와 168.1%였다. 생보사 전체 평균인 195.9%와 224.5% 보다 크게 낮았다.
보험산업의 성장이 계속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한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현실적으로 현재와 같은 성장세는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보험업은 해외사업 비중이 낮은 내수산업으로 GDP 성장률, 민간소비 등이 산업 성장에 중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민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된 현재 단계에서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보험업 특성상 신계약 확보에 주력하는 경우 불완전판매 가능성 확대, 인수기준 완화로 인해 악화되는 손해율, 유지율 등을 감내해야 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고 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