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된 손해보험사 첫 성적표가 나왔다. 빅5 손보사 중에는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의 실적이 개선됐다. 특히 업계 2위로 올라선 메리츠화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DB손해보험과 현대해상은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실손의료보험이나 암보험, 어린이보험 등 장기보험 손익이 희비를 갈랐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주요 5개 손해보험사 지난해 순이익은 6조4255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순이익 6조5168억원과 비교하면 1.4%(913억원) 감소한 것이다.손보사간 실적은 희비가 엇갈렸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7554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19.1% 늘었다.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8216억원으로 전년 보다 12% 증가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이익 규모 2조원을 돌파했다. 세전이익은 2조4446억원이다. 자동차보험 손익(1899억원, 전년 대비 14.8%↑)과 장기보험 손익(1조5393억원, 전년 대비 12.8%↑) 증가가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업계 4~5위권에 머물던 메리츠화재는 2위로 올라섰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별도기준 순이익 1조5748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보다 25.2% 증가한 규모다. 4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으로는 2787억원으로 삼성화재를 제치고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장기보험 순익과 자산운용 능력이 유효했다는 설명이다. 메리츠화재 장기보험손익은 지난해 1조4717억원으로 1년 전(1조3546억원)보다 9% 증가했다. 투자손익 또한 2022년 3169억원에서 지난해 6200억원으로 97%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업계 출혈 영업 경쟁에 동참하지 않고 신계약 질적 가치 향상을 위해 우량 계약 중심의 매출 성장에 집중하고 효율적 비용 관리 등 본업 경쟁력에 충실했다”고 했다.
DB손해보험은 메리츠화재에 2위 자리를 내줬다. DB손보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5367억원으로 1년 전 1조9469억원보다 21.1% 감소했다. DB손보의 영업이익도 2조167억원으로 21.8% 줄었다. DB손보는 당기순이익 감소 요인으로 △ 괌·하와이 자연재해 대사고로 인한 손해 증가 △마스크 해제 후 병원진료 증가 등 장기위험 손해율 상승 △손실부담비용 증가 등에 따른 장기보험 손익 하락 등을 지목했다.
현대해상은 실적 감소 폭이 이 가운데 가장 컸다. 현대해상의 지난해 순이익은 80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7.1% 감소했다. 투자이익이 495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5% 증가했지만 보험이익은 5265억원으로 전년대비 61.2% 줄어들었다. 세부적으로 장기보험 보험 손익은 77.2% 줄어든 2488억원에 머물렀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장기보험 순익 감소에 대해 “타보험사에 비해 실손보험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특히 독감 및 호흡기질환 증가에 따른 실손보험금 손해액 상승으로 예실차 관련 손실이 2600억원 발생했다. 4분기 손실 부담 관련 비용으로 인식한 금액이 4800억원인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KB손해보험은 선방했다. KB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752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5572억원) 대비 35.1% 증가했다. KB손보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화와 CSM 증가에 힘입어 순익이 크게 늘었다는 입장이다. 손해율은 82.2%로 전년 대비 0.3%p 개선했다. 장기보험의 손해율이 전년 대비 0.6%p 증가했지만, 자동차보험이 0.9%p 개선됐다. 또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증가와 함께 글로벌 주식 시장 회복 등에 따라 투자손익도 개선했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