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비교추천 플랫폼이 초반 흥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펫보험이 다음 타자로 나설 예정이지만 동력을 다시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 보험사와 핀테크사들은 2분기 중으로 보험 비교 서비스에 펫보험 상품을 탑재,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펫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지난해 기준 11개사에 달한다. 카카오페이는 오는 4월을 목표로 펫보험 비교·추천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네이버페이도 7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당국의 당초 계획과는 다르다. 금융당국은 가장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해외여행자보험, 실손보험, 저축성보험, 신용보험, 펫보험, 화재보험 등이 시차를 두고 탑재되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었다. 금융 당국은 자동차보험 이후 실손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출시하려 했으나, 제대로 된 논의가 이어지지 않자 펫보험을 두 번째로 서비스로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비교플랫폼은 현재 흥행 부진을 겪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7개 핀테크 업체가 서비스를 개시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의 한 달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약 12만명이 자동차보험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 중 6100명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계약 건수는 대환대출 건수(2만3천598건)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수 소비자가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이용하긴 했지만, 실제 보험 가입으로 이어지지는 비율은 낮았던 셈이다.
보험비교플랫폼 이용 활성화를 위한 다음 타자로 펫보험이 적합한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크게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2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개, 고양이)는 2018년 635만 마리에서 2022년 799만 마리(추산)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기준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0.8%에 그쳤다.
정부에서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것과는 별개로, 업계 관계자들은 정작 펫보험에 대한 소비자 니즈(수요)가 생각처럼 높지 않다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가구가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반려인 사이에서는 보장 수준에 비해 보험료가 높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가입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손해보험사들 입장에서도 펫보험이 그렇게 크게 수익이 남는 분야는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표준화돼있는 자동차보험 상품과는 달리 펫보험은 보장수준, 보험료 등이 천차만별이라서 비교추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비자 이용 활성화를 하기에는 실손보험이 다음 탑재 상품으로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시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여행자보험 등과 비교했을 때 펫보험이 비교추천이 힘든 것은 맞다”면서도 “가입률이 아직 낮지만 펫보험 신계약건수가 2019년 7159건에서 2023년 10월 말 2만8325건에 달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험비교추천 서비스에 펫보험을 탑재해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지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본다”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