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사업 시장 전에는 쪽방 주민이 술을 많이 마시고 오진 않을지, 위생 상태가 불결하지 않을지, 손님들에게 괜한 불편을 주는 건 아닌지 걱정했죠. 지금은 가족 같은 단골이 된 분도 있어요.” (동행목욕탕 사장 A씨)
A씨의 걱정은 목욕물과 함께 씻겨 내려갔다. 봉사한다는 마음 한편엔 코로나19로 어려웠던 시기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지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A씨는 “지금은 주민이 목욕하면서 노래 할 때 저도 들어가서 막 박수도 치고 그런다”며 “목욕하려고 그날만큼은 술도 마시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대표정책인 ‘동행식당’과 ‘동행목욕탕’이 쪽방 주민의 생활 개선은 물론 이웃과의 교류를 통한 심리적 안정, 사회화,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쪽방 주민의 자존감을 높이고 지역 상권을 살리는 ‘상생모델’인 동행식당과 동행목욕탕의 이용 만족도가 96%에 달한다고 7일 밝혔다.
동행식당은 서울시가 5개 쪽방촌(창신동, 돈의동, 남대문로5가, 동자동, 영등포동)에 총 43개 식당을 선정, 쪽방주민들이 하루 1끼(8000원)를 지정된 식당에서 원하는 메뉴를 직접 골라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동행식당은 쪽방 주민들에게 총 64만2080끼를 제공했다. 1일 1식 기준 하루 평균 1759명이 이용했다. 시는 이용자들의 낙인감을 줄이고자 기존 종이식권과 수기대장 작성이 아닌 전자급식카드로 결제 수단을 바꿨다. 카드 배부율은 85.5%(2064명)다.
이용 만족도도 높았다. 시가 동행식당 이용자 17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6%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6명(61.6%)은 동행식당에서 주로 식당을 해결한다고 답했다. 동행식당 사업주 만족도도 5점 만점에 4.53점이었다. 만족 이유로 ‘보람 및 돕는 즐거움’(45.5%)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매출 증대는 43.6%였다.
지난해 6곳의 동행목욕탕을 이용한 쪽방주민도 2만2777명에 달했다. 월평균 1989명이 목욕탕을 이용한 것이다. 이용 만족도(1332명 조사)도 96%로 높았다. 특히 동행목욕탕은 폭염과 한파를 피할 수 있는 야간 대피소로도 이용된다. 시에 따르면 밤더위 대피소(3개소)는 지난해 60일간 1182명, 밤추위 대피소(4개소)는 60일간 1929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동행식당과 동행목욕탕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동생식당은 현재 43개에서 49개로 늘리고, 식당과 메뉴에 대한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생각이다. 또 급식카드 결제시스템과 식당 사업주를 통해 쪽방주민들의 안부 확인까지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동행목욕탕도 올해 9개까지 확대하고 전자결제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시는 동행식당과 동행목욕탕이 지역 상권 활성화는 물론, 지역 내 상호 돌봄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동행식당과 동행목욕탕 이용과정에서 주민들이 함께 식사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자연스러운 친목이 형성됐다”며 “거동이 불편한 주민들에겐 자진해서 음식을 배달하는 등 상호돌봄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운영 중인 한 동행식당을 찾고 SNS에 글을 올려 “동자동 동행식당을 방문한 이들이 ‘살다 보니 이렇게 좋은 날이 온다’는 말씀을 나눈다고 하더라”라며 “이곳을 찾는 쪽방촌 주민이 하루 200분 정도 된다는 말을 듣고 안심이 된다”고 했다. 이어 “경제발전, 무한 경쟁의 이면에 있는 그늘을 보듬어야 한다”며 “서울을 계속 따스하게 채워 나가겠다”고 적기도 했다.
정상훈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동행사업은 쪽방촌 주민들에게 하루 한끼는 원하는 음식을, 1주일에 한 번은 따뜻한 목욕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사업이 지속될수록 예상하지 못한 지역사회 통합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