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 공식 마스코트로 데뷔하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진 ‘해치’가 돌아왔다. 서울시는 시내 곳곳에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해치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각종 서울 정책 홍보보다 일단 해치 알리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1990년대 대전 엑스포 이후 서서히 사라졌다가 2020년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꿈돌이’처럼 시민들에 잊혔던 해치도 부활에 성공할까.
日구마모토 영업부장 ‘쿠마몬’·우주아기요정 ‘꿈돌이’
서울시가 해치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배경에는 도시 상징 캐릭터가 갖는 브랜드 파워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도시 캐릭터는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홍보 효과도 높다. 이는 관광객 유치로 이어져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11년 개발돼 일본 구마모토현의 곰 캐릭터 ‘쿠마몬’은 수조 원의 경제효과를 냈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회가 2020년 발행한 ‘지방자치단체 캐릭터 활성화를 위한 SNS 활용방안 연구’에 따르면 쿠마몬은 탄생 이후 5년 만인 2015년 매출이 1007억엔이었다. 구마몬 관련 매출은 계속 늘어, 구마모토현이 2019년 발표한 구마몬 관련 상품 매출은 2018년 기준 1500억엔, 당시 우리 돈으로 1조5000억원에 달했다. 현재 엑스(옛 트위터) 팔로워는 80만5824명에 달할 정도로 1위 지역 캐릭터다.
일본에 쿠마몬이 있다면, 한국엔 꿈돌이가 있다. 1993년 대전 엑스포 마스코트로 화려한 삶을 살다 점차 사라졌던 꿈돌이는 지난 2020년 카카오TV로 소환, 현재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해 12월 꿈돌이 친구, 가족 등으로 이뤄진 ‘꿈씨 패밀리’를 발표하고 도시 마케팅에 본격 나선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빵기업 성심당보다 꿈돌이가 불러온 지역 경제 효과가 더 크다고 한다.
잘 키운 캐릭터, 지역경제 어떻게 살렸나
지역 캐릭터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건 지역의 홍보는 물론이고, 민간의 역할이 컸다. 캐릭터가 콘텐츠로서 다양하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판을 깔아준 것이다. 구마모토현은 쿠마몬을 사전에 허가를 받으면 사용료 없이 관련 상품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전시와 대전관광공사도 꿈돌이 등 도시 캐릭터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지식재산권을 개방하고 시는 일정 비율을 받기로 했다. 공익성이 있다면 사용료를 내지 않아도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지적재산권을 공공에서 갖고 (민관이) 계속 활발하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꿈돌이도 (부활할 때)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카카오와 같은 민간 기업이 자체 캐릭터 상품과 협업해 잘 만들어내는데 이런 식으로 유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캐릭터와 전주 한옥마을의 콜라보, 제주 콜라보 굿즈처럼 민간과 협업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민간과의 협업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해치와 관련해 민간 상품화에 대한 요청은 아직 없지만, 콜라보를 하고 싶다는 연락은 오고 있다. 비영리기관·공공기관 측에서 사용 승인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치의 특성과 세계관을 잘 녹일 수 있는 콜라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도시 캐릭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관, 스토리텔링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구마모토현의 영업부장(홍보) 직책을 맡고 있는 쿠마몬은 다른 지역에 수만 장의 명함을 뿌리며 인지도를 높였다. 2016년 구마모토에 큰 지진이 났을 때는 공무원 쿠마몬이 피난소를 직접 돌면서 어린아이들을 위로했다고 한다.
해치도 세계관을 갖고 있지만, 별도로 운영되는 해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오는 인스타툰이 전부다. 아쉬운 스토리텔링의 문제는 과거 연구에서도 볼 수 있다. 한국애니메이션학회의 ‘국·내외 도시캐릭터의 성공 사례를 통해 본 서울시 캐릭터 ‘해치’의 매니지먼트 연구(2021)’에서 연구진은 이전 해치 캐릭터와 관련해 ‘내 친구 해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등 스토리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서울시 캐릭터로 유명해 지기 위해 모험과 도전하며 시련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희망의 아이콘’이미지로 전개하는 등 스토리를 강화하는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도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응용하고 홍보할지가 중요한데 캐릭터만 만들고 끝인 지자체가 많다”며 “캐릭터에 대한 탄생 배경과 스토리가 없다면 (시민들은) 공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꿈돌이는 자기 별을 떠나 어떻게 정착했는지와 꿈씨 가족이라는 캐릭터들의 스토리가 있다. 허상이고 소설이지만 이러한 스토리는 사람들이 왜 (캐릭터가) 탄생했고, 왜 구매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소비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