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과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건설현장 임금체불 피해가 늘고 있다. 공공이 발주하는 관급공사도 예외는 아니다. 임금체불을 막기 위한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효성이 낮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2~3년 사이에 관급공사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졌다. 원도급사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하청 업체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성남시 정자1동 복합청사 건립 공사현장에서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시공사가 자금난을 이유로 시공권을 포기하면서 골조를 담당한 하도급업체에 임금 3억4000만원이 밀린 사례다.
2021년 안양에선 전시시설 리모델링 공사 과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준공 대금을 지급했다가 원도급 업체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하청 대금이 미지급됐다.
같은 해 전남 여수 신북항 계류시설 축조공사 현장 근로자들도 발주자인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을 상대로 밀린 임금지급을 요구한 바 있다.
현행법상 관급공사는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거나, 대금 지급을 1회 이상 지체하면 지자체·공공기관 등의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할 수 있도록 하도급 직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때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하도급사, 건설근로자, 자재·정비업자가 수령할 부분을 구분하고 시스템 상에서 건설사가 임의로 출금할 수 없는 약정계좌로 수령인 각자에게 지급되도록 하고 있다.
원도급사가 대금을 가로채거나 다른 용도로 유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에서다.
다만 하도급 직불제도가 관급공사에 한해선 의무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임금체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도 임금체불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섰지만 현재로선 요원하다. 관급공사 하도급대금 직접 지급 의무를 골자로 한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지만 계류 중이다.
21대 국회 임기가 3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임기가 끝나면 법안은 자동 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에서도 임금체불이 있는 걸로 안다”며 “임금체불이 막으려면 법이 바뀌어야 하는데 올해는 힘들고 내년을 두고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