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 기기 지원 등 장애인 게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 지원이 집중돼 한계가 있어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장애인 게임 보조 기기 지원 사업 희망자 모집에 나섰다.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는 지체‧뇌병변 장애인 중 총 30명을 선정해 간편한 컴퓨터 기기나 자세 관련 보조기기 등을 지원한다. 한 손으로 쓸 수 있는 키보드나 머리에 쓰고 이용하는 마우스, 높낮이조절 책상이 포함된다.
엔씨소프트 역시 최근 보완대체의사소통 애플리케이션 ‘나의 AAC’ 전면 개편해 출시했다. 말이나 글로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이 상징 대화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앱이다. 음성과 그림이 함께 전달되는 식이다. 지난해 발표한 ESG 보고서에서도 장애인 게임 접근성을 높일 목표를 정하고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런 시도가 계속되는 배경에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이 아직도 낮기 때문이다.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이 마땅하지 않고 게임 내 조작, 결제 구조 등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지난해 1월30일 발표한 ‘장애인 게임 접근성 제고 방안 기초 연구’에서도 게임을 해봤거나 하려고 하는 사람들 모두 하드웨어 플랫폼을 가장 개선됐으면 하는 분야로 꼽았다. 그 다음 물리적 환경,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이 뒤를 이었다.
시각장애인인 곽남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는 “이용하기 어려운 게임이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문구점에 있는 게임기나 컴퓨터 게임을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며 “시각장애인용 윷놀이나 오델로, 점자가 찍혀있는 원카드 정도만 해봤다”고 말했다.
장애인 게임 접근성 향상을 위한 노력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2024에서 라이엇 게임즈, 마이크로소프트 Xbox 등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조작 옵션을 개선하는 등 노력하는 중이라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Xbox는 접근성, 대표성, 글로벌화, 편의성이라는 네 가지 핵심 영역을 설정한 제품 포용성 프레임워크를 지난달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한계도 있다. 국립재활원,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연구지원센터 등 공공기관과 함께 하지만, 카카오게임즈 게임 보조 기기 지원 사업은 수도권에 한정적이다.
장비 지원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다. 콘진원은 기기뿐만 아니라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PC방이나 게임 시설 등 공공장소의 게임 이용시설 보완 등 인프라 개선이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e-스포츠 경기장은 서울에 집중돼있고 지역에는 지난해 기준 대전, 광주, 부산 등 3곳뿐이다. 장애인 전용 e-스포츠 경기장은 경기 안산시 한 곳이다.
이용자와 공급자 노력만으론 기반시설 확충과 연구 진행이 어렵기도 하다. 콘진원은 행정 기관의 정책적 지원과 입법 기관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제안했다.
전문가는 문화 콘텐츠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게임이라는 틀로만 접근하면 연구 필요성이 과소평가되거나 분야가 제한적일 수 있어서다. 또 현재 주로 연구를 담당하는 문체부는 콘텐츠 중심인 한편, 장애인이 PC‧모바일‧태블릿 등 게임을 즐길 플랫폼 연구 부분은 과기부 소관이기도 하다. 이유찬 전남과학대 교수는 “장애인 게임 접근성 관련한 R&D 사업 자체가 적다”라며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뷰)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보건복지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등 다양한 부처 협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