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2대 총선 참패 후 당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상임고문 간담회와 당내에서 당정관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개적인 당정관계 발언이 나오지 않으면 변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19일 국민의힘에서는 22대 총선의 패배의 원인으로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지목했다. 부정적인 국정 이슈를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고집불통 행태가 국민의 반감을 만들었다. 정무와 홍보도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사건을 즉각 대응이 안 됐고 의대증원도 타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책임은 대통령실에 있다. 선거 시작에는 분위기가 좋은 편이었다”며 “의대증원 문제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건 대응도 실책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대한 책임론이 커지면서 ‘당정관계’도 수면으로 올라왔다. 정의화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회장은 지난 17일 간담회에서 “이번 참패는 대통령의 불통과 당의 무능함에 대한 국민 심판”이라며 “당은 직언할 필요가 있다면 말할 수 있는 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은 주변인들이 언론과 허심탄회한 얘기를 자유토론 이상으로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며 “윤재옥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을 포함한 지도부가 영수회담을 하도록 권유하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차기 당대표로 하마평에 오른 나경원 국민의힘 동작을 당선인과 안철수 국민의힘 분당갑 당선인은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특히 지난 당대표 선거에서 친윤계의 견제를 받기도 했다.
안 당선인은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상적인 당정관계로 돌아오면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며 “정부의 정책에 대해 국민과 붙어 있는 현역 의원들이 정책을 제안하면 정부가 받아들이는 게 정상적인 당정관계”라고 말했다.
나 당선인도 당선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집권여당의 앞날이 매우 위태롭다. 뼈를 깎는 성찰의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며 “입법부로서 감시와 견제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당정관계에 대한 공개적이고 조직적인 요구가 나오지 않고 개별적으로 지적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수직적 당정관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당정관계 변화의 지표는 ‘전당대회’ 규칙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전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 지도부에서 단합을 얘기하고 있고 전당대회 규칙 개정도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 다들 눈치를 보는 셈”이라며 “윤 대통령의 당 장악에 조직적인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소장은 “대통령도 지금의 당정관계를 놓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어떤 계기가 없다면 당정관계가 변화하는 모습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총선 패배의 원인은 정부 심판론에도 대통령이 자주 등장한 이유”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전당대회에 대통령의 의중이 담기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이 이뤄지려면 대단히 시끄러워질 것”이라며 “변화의 척도는 당대표 선출 방식의 변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