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 성장” 김범수 약속 어디로…‘콘텐츠 공룡’된 카카오

“사회적 책임 성장” 김범수 약속 어디로…‘콘텐츠 공룡’된 카카오

- 카카오 국내 계열사 129개…62%는 문화 콘텐츠 관련 기업
- 웹소설·영화·드라마 연계된 영향력…일각서는 ‘갑을관계’ 강화 비판도
- 카카오 “경쟁력 확보 위한 전략”…전문가 “과거와 달라진 점 없어”

기사승인 2024-04-27 06:05:01
카카오 판교 아지트. 사진=박효상 기자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던 카카오가 콘텐츠 업계로 눈을 돌려 몸집을 키우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이라는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의 약속이 콘텐츠 업계에도 통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2024년 상반기 카카오 기업집단설명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공정거래법에 따른 기업집단 카카오 소속 국내 회사 수는 129개다. 이 중 80개(62%)는 카카오의 핵심 비즈니스인 ‘IP-IT 결합을 통한 글로벌 문화 생태계’에 해당한다. 콘텐츠·엔터테인먼트 57개사, 게임 21개사, 복합문화시설 2개사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카카오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콘텐츠 관련 40개의 계열사가 있다. 웹툰 등 콘텐츠 제작·유통(8개), 영상 콘텐츠 제작(12개), 매니지먼트(12개), 콘텐츠 커머스·마케팅(4개), 디지털 콘텐츠 기술(1개), 일본법인 카카오픽코마의 자회사(2개) 등이다.

카카오는 현재 국내 콘텐츠 산업 내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와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 이담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배우들도 카카오 계열 매니지먼트에 소속돼 있다. ‘네고왕’과 ‘전과자’ 등의 인기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브 채널 ‘오오티비’도 카카오 계열이다. 웹툰·웹소설 등 플랫폼을 매개로 하는 창작 콘텐츠 분야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카카오엔터인먼트도 웹툰·웹소설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K팝과 K드라마, K무비 등으로 이어지는 K콘텐츠 확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 센터장. 쿠키뉴스 DB

 

문제는 이러한 영향력이 ‘갑을관계’ 또는 불공정한 계약의 토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창작자 계약이 네이버·리디북스 등 다른 플랫폼에 비해 기울어져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콘텐츠 작가는 “카카오가 다른 플랫폼에 비해 자사 이익을 더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다고 느꼈다”며 “창작자의 권리는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다.

카카오페이지 프로모션 합격 후 출간까지 긴 시간을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카카오페이지에서는 가장 인기있는 프로모션은 ‘기다리면 무료’다. 3시간, 1일, 3일 등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연재분이 무료로 풀리는 구조다. 독자 유입이 많고 쉽게 수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해당 프로모션에 선정되더라도 작가들에게는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웹소설 작가는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아도 언제 출간될지 알 수 없다. 긴 기간을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며 “길면 심사를 넣은 후 출간까지 1년 반이 걸리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프리랜서권익센터 정책위원도 “플랫폼 작가들은 여전히 을이다. 계약서상 불합리한 요구를 받더라도 대다수는 따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데이터를 쥐고 있는 카카오페이지 같은 플랫폼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지속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수면 위로 떠오른 논란도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앞서 웹소설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2차 저작물 권리를 모두 독점하는 계약을 맺은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5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2차 저작물 권리를 부당하게 양도받지 않았다”며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다만 카카오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콘텐츠 생태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K콘텐츠 IP와 플랫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및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로 지난해 5월 25개 회사가 계열에 편입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계열사를 2개 줄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자회사 대부분은 콘텐츠 제작사다. 콘텐츠 업계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멀티레이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업의 본질을 강화하는 차원의 인수와 투자를 추진해왔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기다리면무료 작품의 경우, 2주에서 길어도 한달반 안에 검토가 이뤄진다”며 “최대한 내부 인원을 투입해 과거 대비 검토 기간을 단축시키고 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는 카카오의 쇄신이 필요하다고 봤다. 허준영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카카오는 계열사를 늘려 ‘골목상권’으로 상징되는 소규모 상권에 소위 깃발을 꽂는 식으로 사업을 해왔다”며 “계열사에 문제가 생기면 꼬리자르기를 반복해 문제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허 교수는 “카카오에서 쇄신을 약속했지만 과거와 비교해 나아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외부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도 설치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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