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재 DL이앤씨 대표이사 내정자의 출발이 불안하다. 취임하기 전에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며 커리어에 금이 갔다. 신사업과 경영혁신을 위한 적임자로 합류했지만, 사내 고질병인 중대재해를 막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
9일 공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내일(1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서영재 사내이사 내정자 선임 안건을 부의한다. 안건 통과는 유력하다. 서 내정자는 일찍부터 서대문 본사로 출근해 업무 보고를 받고, 현안을 파악 중이다.
차기 대표이사로서 그가 짊어질 숙제는 다수다. 우선 중대재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8일) 오전 경북 울릉군 울릉공항 공사 현장에서 굴착기가 토사에 매몰됐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60대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현장 시공사는 DL이앤씨다. DL이앤씨 관계자는 8일 “사고현장을 수습하고 조사 중이다”고 밝혔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지난해까지 DL이앤씨 현장에서만 8명이 사망했다. 단일기업 최다다. 이번 울릉공항 건을 더하면 9명이다. 안전컨트롤타워 필요성을 느낀 회사는 앞서 안전지원센터를 안전보건경영실로 승격시키고, 최고안전책임자(CSO) 권한을 안전보건경영실장에게 일임했지만 효과는 미비해 보인다.
당면 과제는 더 있다. 실적 회복이다. DL이앤씨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0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2.5% 감소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로 주택 사업 수익성이 위태로워진 탓이다.
회사는 수익성을 만회하려고 신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소형모듈원전)과 CCUS(탄소포집·저장·활용) 등 친환경·탈 탄소 분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특히 탄소포집 EPC(설계·조달·시공) 분야에서 올해 국내외 누적수주 1조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서 내정자는 신사업을 추진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에 특화한 인물로 알려졌다. 건설업과 무관한 기업인 출신이 차기 대표로 내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사내이사로 추천한 이유도 신사업 때문”이라며 “리스크 관리와 경영혁신 적임자라고 판단해 데리고 온 거라 취임해서도 이런 부분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