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5000까지 내려가면서 ‘ELS 사태’를 불러온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가 지난달부터 6000선을 뚫고 7000선을 넘보고 있다. 이같은 전망 속 금융권에서는 지수가 7월까지 6500대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규모가 17%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 주식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전날 한국시간 4시 기준 6964.99에 거래가 이뤄졌다.
H지수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미중 갈등, 부동산을 비롯한 중국 경기 부진 속에 연초까지만 해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7월31일 장중 7023.88을 찍고 하락을 이어간 끝에 1월22일 장중 4943.24까지 떨어졌다. 당시 종가는 5001.95였다.
홍콩H지수가 7000선을 눈앞에 두면서 은행권의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규모가 줄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원금 회수 기준을 충족하면서 ELS를 판매한 6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SC제일은행)의 손실 배상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홍콩H지수가 7000을 넘길 경우 ELS를 판매한 6개 은행의 올 하반기 홍콩ELS 손실액을 약 4393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수가 6500선일 때에 추정된 ELS 손실액 7992억원보다 3599억원이 줄어든 규모다.
투자자 손실이 감소하면 은행의 배상액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배상 비율 등에 따라 ELS 손실 관련 충당부채 1조7979억원을 일부 환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충당부채 규모는 은행별로 △KB국민은행 8620억원 △NH농협은행 3416억원 △신한은행 2740억원 △하나은행 1799억원 △SC제일은행 1329억원 △우리은행 75억원 순이다.
은행에서는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7월 이후부턴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일 “아직 이렇다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오는 6월부터 7000대가 된다고 가정하면 8월 만기 상품의 경우 예상 손실액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며 “지수 상승세가 가팔라져 7500을 돌파할 경우 7월 만기 상품이, 8000을 돌파하면 6월 만기 상품의 손실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H지수의 호조세와 별개로 은행들은 여전히 5월14일 이전 만기가 도래한 ELS 상품 가입 고객들에 대한 배상부담을 가지고 있다. 이들 고객들의 경우 총 3조1327억원 규모의 손실이 확정됐다. 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표한 홍콩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기반으로 투자자들과 배상 비율을 협의하고 있다.
여기에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들 중 일부는 집단소송을 이어가고 있어 분쟁조정은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배상비율이 지난 2019년 최대 80%였던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때보다 낮아 투자자들이 금감원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