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전날(7일) 당헌당규 개정 특별위원회를 열고 ‘2인 지도체제’ 관련 논의를 펼쳤다. 결론을 내지 못해 오는 10일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상황이다.
2인 지도체제는 말 그대로 두 명의 리더가 이끄는 지도 시스템이다. 전당대회에서 1위 득표자가 당 대표가 되고, 2위가 부대표를 맡아 함께 이끄는 것이다. 집단 지도체제와 단일 지도체제를 섞은 이른바 ‘하이브리드’ 형식이다.
2인 지도체제는 당 대표 공백 시 혼란 없이 빠르게 당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다. 단일 지도체제에서는 대행 체제를 거쳐 추가 전당대회 개최나 비대위 구성 등에 나서야 하지만 2인 체제는 부대표가 당 대표를 즉시 대신한다. 또 대통령실과의 수직적 당정관계 해소 효과도 기대된다. 이재명 원톱 체제에 대응할 수 있다는 투톱 체제가 될 거란 일각의 의견도 있다.
김용태 비대위원은 지난 6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서 “우리가 이번 총선에서 비판받은 것 중 하나가 수직적 당정관계”라며 “당대표가 당정관계를 이끌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 여러 대표 체제로 최고위원들이 분산해서 건강한 당정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겠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과거에 집단지도체제를 하다 보면 봉숭아학당이라는 비판을 받을 때가 있었다”며 “국민에게 자칫 자기 정치를 하는 모습들이 비칠 수 있어 부담스러운 측면은 있다”고 부연했다.
당내 전반에서는 2인 지도체제가 계파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강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집단지도체제 당시 계파갈등 등 당 분열이 촉발됐다는 점에서 경계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6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가 집단지도체제를 꾸렸지만, 내분이 일어나 ‘옥새 파동’을 일으키고 선거에서도 패배한 사례가 있는데 2인 지도체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란 의견이다.
영남권에 적을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7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황 비대위원장만 2인 지도체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미 단일 지도체제로 가는 것으로 원내에서 의견을 모았는데 왜 이를 바꾸려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공식적으로 당대표와 부대표를 두게 되면 계파가 생기거나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7일 페이스북에 “집단지도체제는 ‘봉숭아학당’의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며 “이른바 하이브리드 체제도 올바른 대안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 2인 지도체제가 한동훈이라는 특정 인물을 겨냥하고 있어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원외 당협위원장 A씨는 7일 쿠키뉴스에 “누가 봐도 한동훈 전 위원장 견제용으로 보여질 수밖에 없다”며 “당의 다양성을 담아내자고 집단지도체제를 하려고 한 것인데 누군가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고 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