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들 고난이 은어놀림낚시 도전
- 은어낚시의 성지 산청군 경호강서 낚시 체험 교실 열려
- 장애인과 비장애인 한 몸이 되어 낚시에 몰입
- 전국각지 은어낚시 전문가들, 강사로 재능기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몸이 되는 물고기 낚기 체험 행사가 열렸다.
지난 3일 산청군 소재 경호강 일원에서 낚시 관련 비영리 단체 낚시하는 시민연합(대표 김욱)과 김태화 은어교실(대표 김태화)이 공동 주최한 ‘취약계층 낚시 체험 교실’이 그 것. 낚시하는 시민연합은 22년도에 단양에서 개최한 견지낚시교실부터 시작해 올 초엔 산천어축제 참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행사이다.
은어는 예로부터 비린내가 없는 물고기로 유명해서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릴 만큼 귀한 생선으로 알려져 있다. 돌에 낀 이끼만을 먹기 때문에 미끼를 이용하는 낚시가 아니라 먹자리로 삼은 돌바닥을 지키려는 방어 본능을 이용한 ‘놀림낚시’가 전통적 방법이다. 한 마리의 살아있는 은어 뒷지느러미에 바늘을 장착해서 바닥 은어의 먹자리에 접근시키면 그 자리를 지키던 은어는 용맹한 기세로 침입자 은어에게 달려들고 이때 숨겨 놓은 바늘에 걸려들게 된다.
말은 쉽지만 초보자들이 하게 되면 씨은어(미끼로 사용하는 은어)가 쉽게 지쳐서 공격을 유도할 매력이 사라지게 된다. 거기다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씨은어를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스스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이래서 은어 놀림낚시를 최고로 어려운 낚시라고 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우리동작 장애인 센터 소속 시각장애인 5명과 장애인 활동지원사 3명으로 시각장애인들에겐 전문 낚시인들이 각각 일대일로 붙어서 체험 교실을 진행했다.
2인1조가 되어 하나의 낚싯대를 서로 맞잡고 진행되는 가운데 다행히도 날씨 여건이 좋아 한 조당 20여수의 호조황으로 낚시를 마칠 수 있었다. 이번까지 세 번 연속 참여했다는 황인상 씨는 “역대 참여 행사 중 가장 많은 조과를 올려 기분이 최고였다”고 말했다.
장애인 참여자 중 유일한 여성인 이세연 씨는 승부근성이 발동했는지 주변 동료들의 조과를 계속 물으면서 은근히 경쟁심리를 표출하기도 했다. 물고기를 잡기도하고 놓치기도 하면서 어느새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은 한 몸과 마음이 되어 은어 낚시의 묘미에 흠뻑 빠졌다.
점심은 산청군에서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이 배달되어 하천 옆 정자에서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식사를 마치자마자 잠깐의 휴식도 아까운 듯 이내 물속으로 다시 들어가 오후 낚시를 즐겼다. 이미 많은 마릿수가 낚인 때문인지 오전처럼 쏟아지는 조황은 아니지만 심심하지 않을 정도의 조과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새 약속한 시간이 되어 특별한 낚시체험을 마쳤다. 은어 낚시는 보통 아침 9시경에 시작해 오후 3시 정도면 수온이 떨어져 마무리한다.
우리 동작 장애인 센터 강윤택 소장은 “이렇게 매번 잊지 않고 행사를 열어줘서 감사하고, 더 많은 장애인들이 낚시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공동 주최자인 김태화 은어교실의 김태화(57) 대표는 “보람 있는 일에 우리 은어낚시인들도 참여해서 뿌듯했고 앞으로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낚시하는 시민연합 김욱(56) 대표는 “일대일 강좌를 진행해야 해서 대규모행사를 못하는 점이 늘 안타깝다. 앞으로는 더 많은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6월은 은어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다. 푸르름이 더해가는 시기에 경호강을 찾은 시각장애인들은 잠시나마 일상을 불편함을 잊고 맑은 강에 몸을 담가 손끝으로 전해오는 작은 물고기의 떨림에 감동하며 행복한 시간을 모두와 함께했다.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낚시하는 시민연합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