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수출로 오랜만에 실적을 회복한 뷰티 기업들이 홍해 사태로 인해 다시금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꾸준히 증가세인 K-뷰티 수출액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14일 홍해 사태로 인한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수출입물류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열고 대응 방향을 논의한다. 지난해 시작된 홍해 사태로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 운임이 꾸준히 증가해 수출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해상 운임 인상 가능성도 염두에 두면서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홍해 사태로 인해 해상 운임는 지난 3월 이후 9주째 오르고 있다. 유럽의 해상 운임은 지난해 12월 기준 1TEU(1 컨테이너) 당 1550달러에서 이달 초 기준 7700달러로 약 5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 동안(뉴욕항)은 3400달러에서 7500달러로, 미국 서안(LA항)은 2100달러에서 6400달러까지 올랐다. 게다가 최근 북미 물동량이 살아나 선박 부족 사태가 지속돼 하반기에도 운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 등 K-뷰티를 수출하는 기업도 곤란한 상황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수출국 다변화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서구권에서 매출이 많이 올라 지난해 1분기 742억원보다 42% 증가한 1051억원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미주에서는 40%,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는 매출이 52% 상승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수출국 다변화 정책을 펴고 운영하고 있는데, 홍해 사태로 (수출) 단가에 영향이 생기고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이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컨테이너 장비 수급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컨테이너 적재율을 개선하고 컨테이너 수를 전략적으로 조절하는 작업을 하는 중”이라며 “선박 사전 부킹을 위해 예상 출고 물량의 정확도를 높여 장비를 미리 확보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생활건강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안 요소로 항공 운임이 인상되고 배를 구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며 “기존 대비 최소 1주일에서 열흘 정도 출항 연기가 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데다 납기는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사태가 길어지면 사업에 적지 않은 영향이 갈 것"이라며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물류비가 계속 오르면 가격 인상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자체적으로 감당하고 있겠지만, 물류비가 계속 오른다면 회사는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이제 일본이나 중국, 미국, 중동 등 다양한 국가에서 K-뷰티의 수출 경쟁력과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단계인데, 장기화 시 가격 등 수출 경쟁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에서 마땅한 대응책을 내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해상운임료 상승 대응책을 발표하는 것과 더불어 K-뷰티 수출 지원을 위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준기 대한화장품협회 전무는 “뷰티업계가 이번 물류 사태로 인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이 외에도 K-뷰티가 많이 수출하는 중국이나 미국 법안이 바뀌었을 때 원할하게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부 무역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산업부는 온라인 플랫폼 입점 지원이나 해외 전시회 등 마케팅 사업을 꾸준히 지속하고 있고, 올해 K-뷰티 분야에 1조원 이상의 무역보험을 공급하고 중견‧중소기업 대상 수출보험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뷰티 기업 수출 애로사항을 계속 청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