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살포한 오물풍선 내용물에서 각종 기생충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번 기운 양말, 덧댄 장갑 등 생필품 쓰레기에서는 북한 주민의 열악한 생활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다.
26일 통일부가 지난 4~11일 수집된 대남 오물풍선 70여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를 배포하며 이같이 밝혔다.
통일부는 "오물에 대한 전문기관 분석 결과 살포 오물 내에 포함된 토양에서 회충, 편충, 분선충 등 기생충이 다수 발견됐다"며 “이 토양에선 사람 유전자도 발견돼 인분에서 나온 기생충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이 기생충은 화학비료 대신 인분 비료를 사용하거나 생활환경이 비위생적인 보건환경 후진국에서 주로 발생한다.
다만 오물풍선에 담긴 토양은 소량이고 군에서 수거·관리했기 때문에 토지 오염이나 감염병 우려 등 위해요소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오물풍선에는 과거 국내 업체가 북한에 지원한 물품인 넥타이와 청재킷 등을 가위나 칼로 자른 듯한 천 조각이 발견됐다. 이 업체는 2000년부터 북한에 의류를 지원해 왔다. 정부 당국은 브랜드 상표를 보고 해당 업체 지원 의류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적대국, 교전국 기조 부각과 함께 대북 전단 문제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는 용도로 과거 지원 물품을 훼손해서 살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또 "일반 쓰레기보다는 일정한 크기의 폐종이·비닐·자투리천 등 급조한 것으로 보이는 소위 '살포용 쓰레기'가 다수였다"며 “페트병의 경우 라벨이나 병뚜껑 등을 제거해 상품 정보 노출을 막으려 한 흔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번씩 기운 양말이나 옷감을 덧대 만든 장갑, 마스크 등 북한 주민의 심각한 생활난을 보여주는 생필품 쓰레기도 발견됐다. 특히 아동용의 경우 양말이 발가락이 훤히 보일 정도로 심각하게 낡은 상태였다.
정혜선 기자 firstwo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