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의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상정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채택했다. 고(故) 채 상병의 죽음에 대한 특별 수사를 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높게 나타나면서 오히려 정부여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는 전날부터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일방 표결을 막기 위해 의원들이 긴 시간 연설하는 의사진행 방해 행위다. 본회의 부의 안건에 대해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이 동의하면 진행할 수 있고 5분의3 이상이 종결 동의안을 제출하면 24시간 뒤 종료된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첫 발언자로 나선 뒤 박주민(민주당)‧나경원(국민의힘)‧신장식(조국혁신당)‧주진우(국민의힘)‧서영교(민주당)‧송석준(국민의힘)‧이준석(개혁신당)‧곽규택(국민의힘)‧윤종오(진보당) 순으로 발언한다. 국민의힘은 모두 반대 토론자로 범야권은 찬성 토론자로 나설 예정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3일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필리버스터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면 필리버스터를 진행할 거라는 걸 수차례 공언했음에도 채상병 특검법을 대정부질문 앞에 상정했다”며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종결 동의안을 제출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24시간이 지나고 이날 오후 중 표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필리버스터가 오히려 정부여당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 다수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5~27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채상병 특검 도입 필요성’에 대해 묻자 응답자의 63%가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26%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반대했고 의견을 밝히지 않은 응답자는 11%였다.
3일 기준 10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관련 내용이 적시돼 있다. 청원자는 지난달 20일 윤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 등을 청원 이유로 꼽았다.
전문가는 필리버스터에 대해 국민의힘 당 지도부의 전략적 실패라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3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명분을 만들어주는 징검다리 역할만 하고 있는 거 같다”며 “필리버스터라는 보여주기식 저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야당의 입장 차에 대해 중재안을 만들지 못하고 21대 국회처럼 따라가기만 하고 있는 거 같다”며 “당 지도부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 야당과 협상하고 중재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1.8%다.
자세한 내용은 갤럽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