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가 광주‧전북‧전남‧제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그러나 모든 관심이 당의 미래와 비전을 제시할 연설회가 아닌 김건희 여사에게 쏠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당대표 후보는 전날 네거티브 공세에 따른 비판을 맞받았다. 한 후보는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합동 연설회를 통해 “측제의 장이여야 할 전당대회에서 당 위기 극복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총질을 하고 있지 않냐”며 “그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냐”고 지적했다.

한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 논란에서 비롯됐다. 앞서 총선 국면에서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때 김 여사가 보낸 문자를 ‘읽씹(읽고 답하지 않음)’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당권 주자들 간 공방이 있었다. 지난 1월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으나 읽고 답장하지 않았다는 게 핵심이다.

논란이 지난 주말 사이 불거지자 각 당권주자는 한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한 후보 측은 김 여사 문자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이라고 반박했다.

원 후보는 7일 페이스북에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 논란을 전당대회 개입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한 후보는 문자를 공개해 진실을 밝히거나 사과하고 논란을 마무리하는 게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적었다.

나경원 후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래서 그들은 총선을 졌던 것”이라며 “(한 후보는) 어설프게 공식-비공식을 따지다가 우리 당원과 국민, 총선 후보가 그토록 바랐던 김 여사 사과의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라고 규탄했다.

윤상현 후보 역시 페이스북에 “한 후보는 더는 대통령실이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당정 관계를 악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당정갈등을 재점화 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여사 문자 논란이 전당대회에서 점화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어제 꼭 필요한 말을 했으므로 더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일절 개입과 관여를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8일 국회에서 비상대책회의를 통해 “대통령실은 전당대회에 관여하지 않고 앞으로도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후보들 역시 전당대회에 대통령실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에선 김 여사 문자 논란이 당권주자들의 비방전으로 번지면서 당장 이를 멈춰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전당대회 직후 당내 분열로 이어질 수 있고 국민들의 비판에 직면할 거라는 지적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8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총선 민의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문제를 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며 “문자 열람 여부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는 건 근거가 없다. (그보단) 당 쇄신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내다봤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