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15일, 해남군 화산면에서는 찜통 더위도 막지 못하는 ‘화산면민의 날 기념식 및 광복기념 체육대회’가 화산초등학교에서 개최된다. 화산면의 광복기념 체육대회는 광복 다음 해부터 열려 75회째를 맞이했다.
농사일을 놓은 주민들은 다 같이 광복절 만세삼창을 외치고, 음식을 나누면서 마을별 체육대회로 하루종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국전쟁이 나던 해와 큰 가뭄이 들었던 1968년,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사태, 최근의 코로나19를 제외하고는 거른 적이 없는 전통의 체육대회는 70~80년대까지만 해도 42개 마을에서 50여 축구팀이 출전할 정도로 면민들의 열기가 높았다. “명절 때는 못와도 광복절 체육대회는 참석한다”고 할 정도로 각지의 향우들까지 고향방문 계기로 삼을 만큼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다.
2005년부터는 면민의 날을 8월 15일 광복절로 옮겨 함께 치를 정도로 화산면민들의 자긍심을 상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인선 화산면체육회 회장은 “주민들이 주축이 돼 수십년 이어온 광복절 행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농촌 인구가 줄면서 체육대회 규모가 줄고 출전 선수들은 고령화 됐지만 광복의 기쁨을 맞이하는 그날의 감격을 함께 하는 것은 우리 고장만의 특별한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도 14일 면민노래자랑과 축하공연 등 전야제를 시작으로 15일, 면민과 향우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제22회 화산면민의 날 및 제75회 8‧15 광복기념 체육대회’가 어김없이 열린다.
광복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행사가 있다면 아픈 역사의 기억을 되새기는 희생자 추모제도 열린다.
19일에는 황산면 옥매광산에서 황산옥매광산 광부 118인 합동추모제가 개최된다.
옥매광산 광부집단수몰사건은 일제강점기 제주도로 강제로 끌려간 광부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바다에 집단 수몰된 사건이다.
해남 황산면과 문내면 등의 광부들은 일제강점기 제주도 서귀포 등지에서 군사시설인 굴을 파는 일에 강제 투입됐다가 해방이 되자 어렵게 배를 구해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추자도 앞에 이르렀을 때 큰 불이 나 118명의 광부들이 수몰돼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존자들이 대부분 사망하고, 유족들도 고향을 떠나면서 남아있던 몇몇 유족이 돈을 모아 광부들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945년 8월 23일(음력 7월 16일)에 합동 제사를 지내오던 중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난 2015년 지역의 뜻있는 이들이 힘을 보태 합동추모제가 성사됐다.
군민 1인 1만 원 성금 모금을 통해 추모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각계의 노력이 이어지면서 일제강점기 국내 강제동원 희생자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는 계기도 되고 있다.
합동추모제는 광부들이 고향을 떠났던 황산면 옥동리 삼호선착장에서 열린다.
옥매광산은 일본 아사다화학공업주식회사가 1924년부터 명반석, 납석, 고령토 등 광물자원을 채굴했던 곳으로 현재도 바닷가에 위치한 광물창고와 산속의 다이너마이트 저장창고 등이 남아있다.
해남의 광복절 기념행사는 군민들이 주도해 오랜기간 이어져 온 자생적 행사로, 광복의 주인공이었던 군민들이 광복의 감동을 함께 나누는 기회가 되고 있다.
명현관 군수는 “해남은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에서부터 시작한 호국의 정신이 면면이 이어져 주민들이 스스로 광복절을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추진해 온 특징이 있다”며 “땅끝해남에서 시작한 광복의 함성이 나라사랑의 진정한 마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