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21일 오후 비공개로 만나 회담 관련 실무 회담을 진행하려 했으나 불발됐다. 전날에 이은 불발 사례다.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일정이 맞지 않아서 다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도 ‘이날 만나지 못하면 내일 만나게 되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되지 않겠나”며 22일 만나기로 잠정 합의했다.
양측의 실무 협의는 전날에도 한 차례 연기됐다. 국민의힘이 ‘회담 생중계’ 제안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 언론 보도로 먼저 알려지자, 민주당이 반발하며 비서실장간 실무 회동을 취소하면서다.
특히 회담 의제와 방식을 둘러싼 수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릴레이 탄핵 등 청문회를 겨냥한 정쟁 중단과 금융투자세 폐지 등 민생 현안, 정치 개혁 등 3가지를 의제로 제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과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을 회담 테이블에 의제로 올릴 계획이다.
민주당은 한동훈 대표를 향해 채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한 대표가 해병대원 특검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입장을 갖고 회담에 응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에게 회담 생중계를 받으라고 재차 요구하며 맞섰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생중계 방식은 말 그대로 형식의 문제일 뿐”이라며 “여야 대표가 마주 앉아 국민들께 ‘정치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본령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상습적인 말 바꾸기가 국민 앞에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면 마다할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측이 전날 ‘TV 생중계 단독 회담’ 방식 제안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데 대해 “국민이 여야 대표의 대화를 보는 게 불쾌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도 새로운 민주당,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며 “국민이 여야 대표가 대화하는 것을 보는 게 불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논의의 과정, 사안들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보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회담에서 자신이 주장해 온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안을 제안할지에 대해서는 “의제 제한은 없다”며 “지금 여러 교착된 정치의 상황에 국민들이 실망하고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며 “민생 정치를 위해 좋은 대화를 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양당 대표의 회담이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반짝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채상병 특검법과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25만원 지원법),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은 여야 간 이견이 크다. 의제 채택 자체가 미지수이거나 채택되더라도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을 의제로 논의해볼 수는 있다는 입장이지만, 수사범위· 특검 추천 방식 등 쟁점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