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원인 못 찾으면 보험 보상금은 누가 낼까?[알기쉬운 경제]

전기차 화재, 원인 못 찾으면 보험 보상금은 누가 낼까?[알기쉬운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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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제 현상의 배경과 뒷이야기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전하려고 합니다.

기사승인 2024-08-22 06:00:15
지난 8일 경찰 등이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감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7년, 경상남도 거제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김모씨의 차량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불길이 거세지더니 뒤에 주차된 이모씨의 차량에까지 옮겨붙었습니다. 김씨와 이씨는 각자 가입한 자동차보험사로부터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이후 이씨의 보험사가 김씨의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기각됐습니다.

인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사고 원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손해보험사도 예외가 아닙니다. 화재 원인이 배터리 결함 등으로 특정되지 않을 경우 지급한 보험금을 모두 손실로 떠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손해보험사들은 이번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차량 소유주 등에 보상금을 선지급하고 있습니다. 추후 경찰 조사 등으로 화재 원인이 명확해지면 구상권 청구에 나설 예정입니다. 구상권 청구는 화재 원인을 제공한 이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청구한다는 뜻입니다.

경찰은 지난 19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3번째 합동감식을 진행했습니다. 정확한 화재 원인 파악을 위해 전기차 배터리 팩 내부까지 분해했습니다. 다만 부품의 훼손 정도가 심해 감식만으로는 화재 원인 파악이 어려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재 원인을 밝히지 못했을 때입니다. 원인이 분명하지 않으면 보험사는 과실에 대한 분쟁, 즉 소송을 거쳐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그런데 지난 1992년부터 2017년 사이 발생한 지하주차장 화재 관련 구상권 판례에서 대법원은 화재 원인이 확실하지 않은 경우 보험사의 구상권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주요 쟁점은 △차량 정상 주차 여부 △제조결함 이외 화재 원인 가능성 △주차장과의 계약 체결 여부 등이었습니다.

2019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발화차량 소유주에게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 피해차량 보험사가 패소했습니다. 화재로 발화차량 배선이 심하게 손상돼 화재 원인을 감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차량 정상 주차 △엔진과열이 원인일 가능성 희박 △화재 발생 한 달 전 점검 당시 이상 미발견 △구조나 장치 미개조 등 여러 정황을 고려해 보험사 승소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1992년에도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불이 났습니다. 보험사는 제조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했지만 차량 결함으로 불이 났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차량의 결함부위 및 내용이 특정되지 않아 차량 외부에서 발화하여 내부로 인화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차량의 제조상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추정하기 어렵다”고 판결했습니다.

화재 원인은 아니지만 화재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주차장 관리 책임자는 어떨까요. 이번 전기차 화재 당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주차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를 정지했다고 알려졌는데요, 주차장법에 따르면 아파트는 부설주차장입니다. 이용자와 계약을 체결한 부설주차장 관리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자동차의 멸실이나 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2010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CCTV를 설치하지 않고 경비원도 상주하지 않은 주차장 업주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적이 있습니다. 상업 주차장에 주차한 차량에서 화재가 났는데, 보험사가 관리를 소홀히 한 주차장 주인으로부터 구상금 일부를 받을 수 있다고 본 겁니다. 하지만 계약이 체결됐다고 볼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이 사건은 이후 대법원에서 주차장법상 계약 체결 여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심 파기환송됐습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21일 “과실의 책임이 명확하다면 소송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원인을 규명하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데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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