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민주주의, 정치학자들의 해석은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 정치학자들의 해석은

고려대 정치연구소, 27일 정치연구총서 북콘서트
정치학자들, 민주주의 위기에 공감대
권혁용 “정치권, 불평등 민주주의 해소보다 ‘선거경쟁’ 더 관심”
이정진 “지구당 부활 적기…현실 외면한 채 편법 반복이 비정상”

기사승인 2024-09-30 18:11:12
고려대 정치연구소는 27일 오후 3시 고려대 SK미래관에서 정치연구총서 북콘서트 ‘정치를 말하다’를 개최했다. 사진=황인성 기자

현대 정치의 근간인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정치학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편향된 정당정치, 불평등한 정치 참여 등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국민적 노력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려대 정치연구소는 지난 27일 오후 3시 고려대 SK미래관에서 정치연구총서 북콘서트 ‘정치를 말하다’를 개최했다. 고려대 정치연구소 개소 이후 연구되고 발간된 정치 주제별 도서 10권 저자들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연구 과정을 설명하고,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1부·2부로 나눠 진행됐으며 한국 정치의 민주주의를 진단하는 자리였다. 이날 북콘서트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민주주의의 위기’였다. 정치제도부터 정당정치의 현실적 모습까지 다양한 정치 분야별 연구가 각각 소개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과거보다 퇴행하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1부에서는 △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문우진) △우리 동네가 실험실이 된다면?(신상범·조계원) △한국의 불평등 민주주의(권혁용·엄준희) △민주주의 위기(조찬수·권혁용) △갑을관계의 정의론(조계원)이 소개됐으며, 2부에서는 △누가 왜 기권하는가(강우진·권혁용) △5년 만에 막내린 촛불 민주주의(정한울) △대만은 중국의 경제를 어떻게 발전시켰나(지은주) △한국의 정당정치(이정진) △개발과 원조의 정치경제(김동훈)가 소개됐다.

27일 북콘서트 시작에 앞서 인사말을 하는 권혁용 고려대 정치연구소장(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사진=황인성 기자 

북콘서트를 기획한 권혁용 소장은 “오늘 북콘서트에서 다뤄지는 10권의 책은 각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연구 경력을 토대로 만든 소중한 자료들”이라며 “다시 한번 책 출간을 위해 힘써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문우진 아주대 교수는 집필한 ‘대의 민주주의와 한국 정치제도’ 도서를 설명하며 그간 한국 정치는 소수 보호보다 다수 지배 옹호에 더 방점을 찍어 왔다고 평가했다. 소선거구 위주의 선거제도, 지나치게 적은 비례대표 의석, 양당 지배체제 등을 예시로 들었다. 그러면서 과거에 비해 이질성이 커지는 국내 현실에서 이제 소수 보호에 더 노력을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정당 기속화 현상이 빨라지는 가운데 정당 내 비례후보 선출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권혁용 고려대 정외과 교수(고려대 정치연구소장)는 부유한 이들일수록 더 정치에 적극적이고, 가난할수록 덜 참여하는 경향성을 분석한 자신의 연구를 소개했다. 그는 “임금·자산의 차이 등 객관적 수치, 주관적 인식 모두 불평등을 높이고 있는데 이를 완화하는 정책들은 실행되지 않느냐는 의문에서 시작된 연구”라며 “정보 오류에 따른 불평등 미인지, 부정확한 자신 소득 인식의 결과, 고소득층인 정치 참여층의 이해관계 등 불평등 민주주의의 이유에 대해 여러 설명을 해놓았지만, 상식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나라 정당들이 불평등 완화보다는 너무 치열한 선거 경쟁으로 너무 바쁜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지구당 부활 논의에 대해 발표하는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사진=황인성 기자

2부에서는 최근 국내 정치권에서 큰 화두로 떠오른 지구당 부활에 대한 현실적 분석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정치학자인 이정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최근 여야 당대표인 한동훈·이재명 대표가 만나 유일하게 일치된 모습을 보인 것은 ‘지구당 부활’ 의견이었다면서 22대 국회가 지구당 부활의 적기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차떼기’를 연상시키는 지구당의 부활이 왜 필요하냐는 질의에 편법이 반복되는 현실과 원외 정치인들의 정치 활동 보장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았다. 이 입법조사관은 “지구당 폐지된 지금 암암리에 편법적인 모습들이 자행되고 있다. 실제로는 행해지는 것들을 법이 못하게 하고 편법이 반복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당마다 다르겠지만 민주당의 경우 당원이 300만 명에 육박하는 데 시도당 차원에서 당원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도 설명했다.

또 정치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의 정치 활동 보장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입법조사관은 “국회의원을 제외한 지역정치인들이 당원을 만나는 등 이런 활동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법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지구당 반대의 논거로 부정부패 등을 주장하는데 회계적인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적 보완을 한다면 오히려 과거와 같은 모습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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