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판은 탐관오리 글씨? ‘한글화’ 요구에 국가유산청장은 “반대” [2024 국감]

광화문 현판은 탐관오리 글씨? ‘한글화’ 요구에 국가유산청장은 “반대” [2024 국감]

김승수 “현재 광화문 현판은 부도덕한 탐관오리 글씨”
국가유산청 “경복궁 중건 당시 고증 거쳐 제작”

기사승인 2024-10-10 16:59:04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광화문 앞에서 열린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식에서 광화문 현판이 공개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한글 관련 단체들이 광화문 현판의 ‘한글화’를 주장하는 가운데 국가유산청은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광화문 현판 한글화 가능성을 묻는 김승수 국민의힘 질의에 “반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광화문 현판은 오랜 기간 논의와 고증을 거쳐 나온 결론이라는 게 최 청장의 설명이다.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은 2005년 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친필로 쓴 한글 현판을 한자 현판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정치권과 한글 단체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후 2010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한자로 된 현판을 새로 공개지만 약 3개월 만에 균열이 생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지금의 현판은 지난해 10월 공개한 것으로 검은색 바탕에 금박을 입힌 형태다.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기록인 ‘영건일기’(營建日記)와 사진 자료를 토대로 여러 차례 전문가 논의와 연구 용역을 거쳐 13년 만에 교체된 것이다. 

최 청장은 광화문 현판 복원 과정을 언급하며 “현판은 경복궁을 중건 당시인 1865-1868년 현판에 가깝게 고증해야 한다는 게 문화유산 복원의 원칙에 맞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그동안의 과정과 제작비용 등을 봤을 때, 다사다난한 과정이 다시 시작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충분한 국민적 논의와 의견을 통해 개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김 의원은 현재 광화문 현판의 글씨를 쓴 ‘임태영’의 부도덕성을 지적하며 현판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글씨를 쓴 고종 때 훈련대장 임태영은 부패로 얼룩진 탐관오리의 전형”이라며 “임태영 같은 사람의 글씨를 현판으로 제작해 광화문 현판으로 거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복궁은 고종 때 중건된 것이다. 조선 초기 처음 창건 당시의 글씨나 현판도 아니고 그 사이에 현판이 몇 번이나 바뀐 건지도 알 수 없는데 왜 그걸 복원해서 걸어 놓아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최 청장은 “임태영의 행실 등은 문제가 있지만, 개인적인 비리를 떠나 당시 궁궐 밖 글씨는 화재 예방 등을 위해 무관의 글씨를 받아 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이 문제는 시간을 두고 종합적인 검토 및 충분한 국민적 논의와 의견을 수렴해 개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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