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 2시30분, 톨스토이 문학상 공동창립자인 레오 톨스토이 박물관과 삼성전자가 러시아어 번역 소설 가운데 김주혜의 ‘작은 땅의 야수들’을 톨스토이 문학상 외국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톨스토이 문학상(Yasnaya Polyana Awards)은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의 휴머니즘과 문학성을 기리고 러시아 문학의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된 상이다. 2003년부터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시작됐으며 현재 러시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총 열 개의 작품이 쇼트리스트(최종 후보)에 올랐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올가 토카르추크의 작품도 포함됐다. 한국 작가 중에서는 김애란의 ‘바깥은 여름’과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가 후보에 오른 적이 있지만 수상은 불발된 바 있는데 올해 마침내 김주혜 작가가 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역대 수상자로는 위화, 줄리언 반스, 오르한 파묵 등이 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국내에서 2023년 출간된 장편소설로, 김주혜 작가의 데뷔작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한반도라는 작은 땅에서 투쟁했던 평범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장대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러시아에서는 키릴 바티긴(Kirill Batygin)의 번역으로 인스피리아(Inspiria)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출간됐다.
수상자 발표 전 모스크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사위원 파벨 바신스키는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해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라는 두 산맥 사이에서 자란 러시아 사람들은 러시아 문학 외에는 진정한 문학이 없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뛰어난 문학 작품은 어디나 존재한다. 야스나야 폴랴나상은 러시아 문학과 번역된 문학을 매년 뽑으며 전 세계 문학의 흐름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어 “젊은 한국 작가의 작품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호랑이는 한국 독립의 상징이다. 이 작품을 알렉시 톨스토이의 ‘갈보리로 가는 길’에 비교하고 싶다. 정말 잘 쓰였고, 투명하고 성숙한, 젊은 작가로는 놀라운 작품이다. 내가 생각할 때 이 작품은 위대한 미래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톨스토이 문학상 외국문학상 부문 수상자인 김주혜 작가는 다산북스를 통해 후보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김 작가는 “영광스럽다. 개인적으로 늘 러시아 문학의 철학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유산인 호랑이를 한국 독립의 상징이라고 세계적으로 알린 기회가 된 것 같고, 더 넓게는 우리 문화와 역사의 긍지를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은 땅의 야수들’로 2022년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한 김주혜의 문학이 도달할 지점은 어디일지, 그 힘찬 여정이 향후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