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찰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음주운전 사고와 김건희 여사의 마포대교 방문 등을 두고 여야 위원 간 고성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문씨의 공개 소환 조사를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마포대교 방문에 경찰을 대동했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행안위는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경찰청,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열었다. 이날 국감에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이호영 차장 등 경찰청 고위 간부들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초반부터 음주운전으로 입건된 문씨를 향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앞서 문씨는 지난 5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택시와 부딪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문씨의 출석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배준영 의원은 위험운전치상 혐의 적용 요건, 소환 조사 통보 및 수용 여부 등을 조 청장에게 따져 물었다. 조 청장은 “(위험운전치상 혐의 적용 여부는) 구성 요건을 따져봐야 한다. 음주운전으로 위험한 운전을 해 그런 결과를 가져왔으면 조항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사실 관계가 확정된 뒤 판단할 문제”고 말했다.
이달희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과거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가 되기도 한다”고 한 발언을 꺼내들어 “국민은 문씨의 음주운전 사건을 매우 엄정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앞두고 있다. 문씨도 전주지검에서 참고인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일반 국민이라면 근신하며 지낼 시기에 음주운전이 웬 말이냐”고 직격했다.
이성권 의원은 사고 당시 문씨가 운전한 차량을 지적하며 “(문씨가 탄 차량은) 문 전 대통령과 문씨 간 차량 소유권 이전이 왔다 갔다 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체납과 압류가 8회에 달하는데, 체납 공동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씨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제안했다.
여당 의원들이 문씨의 음주운전에 집중 공세를 가하자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항의하며 고성이 오갔다. 이에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이 정도로 하라”며 “문다혜 인사청문회가 아니다”라고 여당 측 질의 자제를 요구했다.
야당은 지난달 10일 김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용강지구대 순찰 인력들과 순찰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통치권자의 현장시찰 같은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광희 의원은 “김 여사는 경찰에게 선제 대응을 당부했다. 또 미흡한 점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도 했다”며 “이 과정에서 퇴근길 차량이 통제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당일 18시~20시 CCTV 영상을 요구했다. 그런데 경찰은 김 여사가 현장에 있던 시간만 빼서 주겠다고 한다”며 “국회 권한을 침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측이 교통 통제가 없다는 답변을 내놓자 이해식 의원은 해당 시간대에 연달아 접수된 교통불편 신고 112 녹취를 공개하며 “솔직하게 대통령 부인이 오니까 협조했다고 하면 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오후 5시52분부터 오후 6시1분까지 총 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 내용은 ‘강변북로 일산 방향 차량 통제 이유를 알고 싶다’ ‘양화대교에 강변북로로 들어가는 길에 교통경찰이 통제하는데 대통령이 가는 건가’ 등이었다.
채현일 의원은 “서울경찰청에서 경호대책회의까지 했다고 한다”며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김 여사 의혹을 둘러싼 수사 기관의 조사가 미흡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와 경찰의 권위와 위신이 추락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면서 “김 여사에 대한 고발 사건 14건은 수사기관들의 공통점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송치, 무혐의, 증거 불충분으로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