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롯데그룹이 비상이다. 임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선언적으로 발표하는 위기가 아니다. 주력 계열사들의 적자는 계속되고 있다. 롯데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적된 부채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방만하게 벌려온 적자사업에서 철수해야 하는 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신세계이마트와 선두를 다투던 롯데쇼핑은 e-커머스에서 맥을 못 추더니, 쿠팡에 밀린지 오래다. 적자를 이기지 못해 대형마트 부문에서 철수를 서두르고 있으며, 버티고 있는 백화점 부문도 ‘더 현대’가 일으킨 새로운 쇼핑문화에 충격을 받고 있다.
그룹의 현금 창출력에서 월등하게 기여하던 롯데케미칼은 중국 시장에서 따라 잡혔고, 중국제품의 저가 공세에 밀려 생존마저 위태하다.
앞서 여의도 증권가 정보지(일명 ‘지라시’)에는 지난 2022년 롯데건설의 부도설이 회자되었다. 롯데건설은 부실건설사의 기준이 되는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 200%를 넘겼으며, 우발채무(부동산PF 보증) 비율도 200%를 넘겼고, 책임준공 보증마저 자기자본 대비 200%를 넘긴 상태다.
금융당국이나 롯데 측에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작년 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후 무분별한 대출과 보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가던 롯데건설의 부도위기는 사실로 확인되었다.
롯데건설이 후순위채권 880억원의 보증을 섰던 ㈜자광의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사업 브릿지론 3천여억원은 지난해 10월 대주단에 의해 연장불가 통보를 받았으나 간신히 연장에 성공했다. 그런데도 연장 조건을 살펴보면 롯데건설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뚜렷이 보여준다.
롯데건설은 자광이 빌린 돈의 이자도 갚지 못하자 추가 대출 162억원의 보증을 서줬고, 그것도 모자라 현금 178억원을 자광에 직접 빌려줘 이자를 내게 했다. 이에 더해 대한방직 부지 담보대출의 선순위 채권 2350억원의 향후 발생할 이자에 대해서도 지급보증을 서줬다.
2017년 자광이 롯데건설 보증으로 마련한 대출의 이자가 연리 2%대였는데, 지난해 10월에는 연리 15%대로 급등했다. 롯데건설의 위기가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사업 부동산PF 위기로 전이된 것이다. 작년 말 한울회계법인의 회계감사 결과 ㈜자광은 ‘계속기업 불확실성’ 판단을 받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광 전은수 대표는 전주시민들에게 허황된 허언을 계속 공개적으로 늘어놓고 있다. 전주시와 개발사업에 대한 사전협상이 마무리되면 6조 2천억원의 공사를 맡을 건설사는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하겠다고 한다. 롯데건설이 2017년부터 20여 차례에 거쳐 보증을 선 이유에 대해선 입을 다문 채 말이다.
여기에 더해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사업에서 아파트와 복합쇼핑몰, 153층 타워를 동시착공 동시준공 하겠다는 계획도 확언할 수 없는 허언에 불과하다. 물리적으로만 설명하자면 아파트는 2년이면 지을 수 있지만, 153층(470m) 타워는 최소 5년 이상 걸린다.
그럴듯한 거짓말은 책임준공 하겠다는 약속이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책임지고 계획한 모든 건축물을 준공(완공)하겠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부동산PF에서 책임준공의 의미는 건축물의 준공(완공)이 아니라, 건축을 위해 빌린 대출금에 대해서 보증하겠다는 의미다. 중간에 부도나서 준공을 못하게 되면 그 때까지 들어간(빌린) 건축비용에 대해서만 책임지면 그만이다.
우범기 전주시장의 행보가 수상하다. ㈜자광과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사업 사전협상 과정에서 일방적이고 무리한 협상으로 의혹을 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범기 전주시장의 월권행위이다.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사업은 도시기본계획의 변경을 전제로 하고 있고, 이 권한은 광역자치단체장인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에게 있다. 기초자치단체장인 전주시장이 관련 행정의 체계와 절차를 무시하고 있고,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는 이를 방임하고 있다.
아파트 짓는 땅을 용적률이 가장 높은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는 특혜를 주겠다고 한다. 개발사업에서 공공기여(기부채납)를 결정하는 감정평가 절차는 엉망이다. 오죽하면 전주시내 11개 감정평가법인의 대표자들이 연명으로 의혹을 제기했을까?
이대로 가면 지금까지 롯데가 그래왔던 것처럼, 아파트와 오피스텔만 선분양하고, 나머지 상업지역은 공짜로 얻으려는 속셈에도 방관한 우범기 전주시장,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도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글. 전주시민회 이문옥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