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따라 거동이 불편한 만성·중증 질환자가 급증하면서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의료진이 직접 찾아가는 재택의료(방문진료)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돌봄 수요자의 건강을 관리하고 치료 예후를 추적하기 위해 ‘방문현장검사’를 도입하면서 직역별 보건의료 인력들의 역할이 연계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9일 남인순·김윤·서미화·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임상병리사협회가 주관한 ‘지역사회 의료 돌봄에서 임상병리사의 역할 국회 토론회’가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김기유 임상병리사협회 대외협력정책실장은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해 임상병리사의 방문현장검사(POCT)가 도입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POCT란 환자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별도의 검사실에서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환자가 있는 장소에서 검체의 전 처리 없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검사를 말한다. POCT는 장소의 제약 없이 수분 이내에 질병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정책실장은 “당뇨병,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 고위험군의 조기 발견과 적정 관리를 위해 방문진료에서 POCT의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가 미비하다”며 “임상병리사의 맞춤형 방문검사는 국가 차원의 의료비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국가 보건의료 재정 건전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방문진료는 의사가 단독으로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건강을 관리하고 예방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의사를 포함한 간호사, 의료기사, 사회복지사 등이 협력해 팀 단위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6년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방문진료 수요자에게 질 높은 보건의료 서비스가 이뤄지도록 서비스 제공 직종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 법은 노쇠, 장애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생활을 계속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보건의료·장기요양·돌봄 서비스를 대상자 중심으로 지역에서 통합 연계해 제공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김 정책실장은 “향후 2년간 관련 법령의 정비와 시행령·시행규칙 및 고시를 정하는 논의가 지역 돌봄의 원형을 형성할 것”이라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보건의료 직역 간 역할을 명확히 하고 이를 협업 시스템으로 구축하면 국가가 국민들의 보건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돌봄통합지원법이 지역사회에 자리 잡으려면 ‘주치의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재호 일차의료연구회 회장은 “현재 한국의 돌봄 체계는 서비스 제공 인력이 부족하고, 여러 돌봄 관련 기관들은 서로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면서 “여러 서비스가 주치의와 일차보건의료 팀의 통합돌봄 체계에서 벗어나 분절적으로 제공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돌봄 영역을 시장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표준 일차의료기관을 육성해야 한다”라며 “국민의 보편적 건강을 보장하려면 주치의 제도를 기반에 둔 일차보건의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선 일차의료, 건강돌봄(간호·재활·검사·구강·정신·영양), 단골약국, 요양돌봄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통합 의료돌봄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전동환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기획실장은 “지역사회 통합 의료돌봄의 기본 방향은 의료기관을 찾아가서 제공받던 서비스를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집에서 원활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서비스 제공자를 특정 보건의료 직역에 제한할 것이 아니라 전체 보건의료 인력이 고유한 면허와 자격에 따라 지역과 가정에서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각 직역별 보건의료 인력들이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제공하려면 세밀한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보건의료 인력들이 통합돌봄을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선 직역별 역할을 구분하고 프로토콜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POCT 역시 구체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