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로 알려져 있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한 첫 탐사시추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개발 주체인 한국석유공사가 정부 당국과 조율을 거쳐 첫 시추 해역 선정을 사실상 확정했고,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도 이달 중 한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4일 자원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최근 정부와 협의를 거쳐 첫 탐사시추 해역의 세부 좌표를 포함한 종합 시추 계획안을 마련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대상 최종 보고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첫 탐사시추 해역 위치는 앞선 전망대로 가스·석유가 대량 매장된 곳으로 기대되는 7곳의 유망구조 중 대왕고래 유망구조 안에 있는 특정 해역으로 정해졌다. 물리탐사 단계에서 탄성파 분석을 통해 도출되는 유망구조는 석유와 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큰 지형을 말한다.
대왕고래는 오징어, 명태 등 7개 유망구조 중에서도 석유·가스 매장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돼 지구상 가장 큰 생물의 이름이 붙은 곳이다. 대왕고래는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쳐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첫 탐사시추 위치로 선정된 대왕고래 구역에서 해수면 아래 1km 이상 깊이 대륙붕 해저까지 파 내려가 암석 시료를 확보한 뒤 이를 분석해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산업부에 정식으로 시추 계획 승인 신청을 낼 계획이다. 관련 법령상 석유공사는 시추 1개월 전까지 구체적인 개발 계획을 수립해 산업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석유공사의 승인 신청이 오면 정부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민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전략회의’를 열고 시추 계획을 심의해 최종 허가할 방침이다.
이 같은 일정표에 맞춰 탐사시추에서 핵심 역할을 할 탐사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도 한국으로 곧 이동한다. 웨스트 카펠라호는 이달 중 현재 머무르는 동남아 해역에서 출발해 오는 12월10일께 부산항에 도착한 뒤, 물자를 보급받고 대왕고래로 이동해 12월 중순쯤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양 시추 업체인 시드릴사 소속 드릴십인 웨스트 카펠라호는 길이 748.07ft(228m), 너비 137.8ft(42m), 높이 62.34ft(19m) 규모로 최대 시추 깊이는 3만7500ft(1만1430m)에 달한다.
석유공사와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 사업성을 가늠할 첫 분수령인 탐사시추 결과가 이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석유공사는 실제 탐사시추 작업에는 2개월 안팎의 시간이 걸리고, 이후 시료 분석 작업에 추가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공사는 1km 이상 내린 드릴에서 뽑아 올린 암석과 가스 등 성분을 분석하는 ‘이수 검층(mud logging)’ 업무 수행 회사로 미국 유전 개발 회사인 슐럼버거(Schlumberger)를 선정했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약 20%의 성공률을 고려했을 때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최소 5개의 시추공을 뚫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에는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 이번 1차 시추는 석유공사 단독으로 수행하고, 2차 시추 단계부터 해외 오일 메이저 등의 투자를 받아 공동 개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해외 투자 유치를 염두에 두고 현행 최대 12%인 조광료 적용 비율을 최대 33%까지 확대하는 등 개발 성공 때 국가 몫으로 돌아가는 이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저광물자원 개발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