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여파로 세계 자동차 업계 생산 목표 하향 조정”

“전기차 캐즘 여파로 세계 자동차 업계 생산 목표 하향 조정”

기사승인 2024-11-04 10:22:44
현대차그룹의 싱가포르 생산거점 HMGICS에서 로봇이 '아이오닉 5'를 조립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그룹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EV)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전동화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배터리전기차(BEV) 수요 둔화 속 완성차 제조사별 대응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BEV 판매 성장률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일시적 감소 후 지난 2021년까지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경기 둔화, 가격 부담 및 보조금 축소, 인프라 부족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는 추세다. 이에 완성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생산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신차 출시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026년까지 향후 3년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목표치를 기존 94만 대에서 84만1000대로 하향 조정했다. 토요타도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 계획을 150만 대에서 100만 대로 축소했다.

미국 완성차 제너럴모터스(GM)는 오는 2025년까지 북미에서 전기차 100만 대를 생산한다고 했던 계획이 사실상 어렵다고 발표했다, 올해 연간 전기차 생산량 전망도 기존 30만 대에서 25만 대로 하향 조정했다.

포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 생산 차종을 전기차에서 가솔린 픽업트럭으로 변경했다. 북미 신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픽업트럭 양상을 연기하는 대신 현재 하이브리드(HEV) 라인업을 강화할 방침이다다. 오는 2030년 유럽에서 100%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를 병행키로 했다.

테슬라는 50억 달러 규모의 태국 전기차 제조시설 건립 방안 투자를 철회하고, 2030년 연간 2000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도 삭제했다.

이밖에도 유럽 완성차인 폭스바겐은 확장형 시스템 플랫폼(SSP) 출시 지연으로 전기차 'ID.5', 'ID.골프(Golf)' 등의 출시를 연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5년에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동화 차량 판매 비중을 50% 달성하겠다고 밝힌 계획을 2030년으로 미뤘다.

완성차업체들은 전동화 전환의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신흥 시장에 진출하는 등 전략을 다각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전기차 포트폴리오 다변화, 투자 전략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향후 10년간 총 120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로의 확장과 에너지 사업자로의 역할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해 목표 투자액인 109조4000억원보다 10.1% 확대된 것이다.

테슬라는 동남아시아로 시장 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전기차에 대한 사치세 폐지, 2025년까지 수입세 면제 등 새로운 전기차 인센티브를 제공 중이다. 태국도 전기차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2030년까지 차량 총생산의 30%를 ZEV(Zero Emission Vehicle)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럽 완성차들은 공급망(밸류체인) 확장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북미시장 실적 강화를 위한 멕시코 공장 투자, 소프트웨어 대응을 위한 전기차 기업 리비안과의 협력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에 대한 투자(20억 달러 공동 투자)와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전기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지형 KATECH 산업분석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레거시(전통적인) 완성차들은 내수 시장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신중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하는 반면, 대부분의 완성차들은 내수 시장 한계 극복과 중국 의존도 탈피를 위한 다각화된 전기차 시장 확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완성차별로 각기 다른 전기차 전환 접근 전략이 향후 자동차 생태계를 어떤 방식으로 재편하고, 글로벌 경쟁 구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조은비 기자
silver_b@kukinews.com
조은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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