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내용을 좀 살펴보고 연락드릴게요. 상담사: 금융상품이라 법적으로 상실을 생각할 시간이 충분해요. 의사결정은 그때 하시면 돼요. 고객: 지금 신청해야 한다는 거예요? 상담사: 그렇죠. 고객: 바로 계약은 어려울 것 같아요. 잘 모르는 부분도 많고. 상담사: 어려운 건 없으세요. 진단비 들어가 있으시고… (중략) |
보험사가 전화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청약철회권을 악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객이 상품을 이해하지 못해도 나중에 철회할 수 있으니 일단 신청부터 하라는 행태다.
13일 제보에 따르면 40대 김씨(가명)는 지난달 30일 신한라이프생명 TM채널에서 암 치료비 보험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 상담사는 ‘법적 상실 시간’ 즉 청약 철회 기간이 있으니 일단 신청하고 유지 여부는 나중에 결정하라고 발언했다.
청약철회권은 충분히 설명을 듣고 상품에 가입했더라도 소비자가 상품 가입을 다시 한번 숙려할 수 있도록 부여한 권리다. 금융상품이 점차 복잡해지고 불완전판매 논란 등이 커지면서 마련된 소비자보호제도다.
소비자의 신중한 선택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앞서 사례처럼 현실에서는 ‘묻지마 가입’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판매 행태는 상품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향후 소비자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 TM을 통한 보험 판매는 고객이 전화상으로 신청하겠다고 동의하면 바로 보험상품이 청약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전문가는 “청약철회권이 영업 방식이 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금융기관은 일단 몰아붙이기식으로 청약부터 하고 보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보험사가 판매 과정에서 청약철회권에 대한 정확한 설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상품 가입자는 보험 청약으로부터 30일이나 보험 증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15일 가운데 더 빠른 날까지만 청약 철회를 할 수 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설명의무에서 청약철회의 기한과 행사방법, 효과를 명확하게 안내하라고 하는 만큼 일부를 누락해서 청약철회를 안내하면 설명 의무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청약철회 기한과 행사방법을 설명하지 않았다면 과태료 대상”이라고 말했다.
신한라이프생명 측은 사후 관리를 통해 소비자피해를 예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신한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일반적인 절차로는 일단 가입하고 나중에 처리하라고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청약 이후 모니터링과 해피콜 등 모집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면서 문제가 있으면 청약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