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게재된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글’과 관련해 여권 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만 당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이 논란에 집중할 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세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윤계 의원들은 당원 게시판 논란이 지속되자 일제히 당무감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당정, 당내 화합을 위해 하루빨리 당무감사로 밝혀야 한다”며 “한 대표 가족 명의가 도용된 것인지, (게시글 작성이) 사실인지 한 대표가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금방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 때문에 우리 당 내부에서 불필요한 혼란이 커지고 있어 유감”이라며 “한 대표 가족이 쓴 글인지 아닌지를 밝히면 되는 일”이라고 했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18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수사기관에 의해 밝혀지기 전에 우리 스스로 당무감사를 통해 뭐가 잘못된 건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지속적으로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9일 페이스북에 “이번 한 대표 일가 당원게시판 욕설 사건이 도저히 믿기지 않아 모용(이름이나 자격을 허위로 기재)으로 본다”며 “만약 한 대표 가족이 전부 동원됐다면 그 가족 중 대표가 될만한 사람만 처벌하는 게 수사의 정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18일 페이스북엔 한 대표를 겨냥해 “가족이나 측근들이 당원을 빙자해 당원게시판에 비방글을 쓰는 비열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19일 BBS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서 “한 대표가 (자신의) 가족이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수백개 이상 남긴 걸 인정하기 때문에 자꾸 사건을 덮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개인적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또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 대표는 결국 드루킹 사건에 대해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며 “맘카페 활동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익숙하고 양가 가족들 인증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인 배우자가 몸통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선 최근 한 대표 및 그의 가족 이름으로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이 게재돼 논란이 됐다. 한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앞서 얘기한 것들로 갈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일 “없는 분란을 굳이 만들어 분열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선 당원 게시판 논란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논란으로 인해 당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초에 사과가 필요한 일도 아니라는 지적이 뒤따르는 가운데 여권 분열 초석을 만들어 민주당에 다시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1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당내에서 (당원 게시판 논란을 통해) 분열의 언어를 사용하면 민주당만 좋은 일”이라며 “지금 민주당이 (이 대표 관련) 거짓 선동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부당성과 허위를 국민 앞에 낱낱이 알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같은 날 쿠키뉴스에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15일 이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다”며 “국면을 전환하고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결정적 순간에 확 찬물을 끼얹었다. 지금 여권이 서로 싸우는 것은 자해 행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