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망 이용대가 관련 실태 분석에 나섰다. 해외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 논란을 해결할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따르면 방통위는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이행 점검에 따른 기업의 제출 자료를 분석 중이다. 향후 이를 망 이용대가 정책 관련 ‘기초자료’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지난 5월부터 지난 9월까지 주요 기간 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는지 여부와 함께 데이터 트래픽 및 망 이용대가 규모·변동 추이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주요 기간 통신사업자는 SKB와 KT, LG유플러스이며 부가통신사업자는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이다.
방통위는 지난 2019년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번 이행 점검은 가이드라인 제정 후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망 이용대가 무임승차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온라인상 데이터 전송은 공짜가 아니다. 구글,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 오픈AI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통신사업자가 만든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사용료를 낸다. 이 사용료가 바로 망 이용대가다. 망 이용에 대가를 내야 한다는 것은 앞서 국내 법원에서도 판례를 통해 확립된 바 있다.
그러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과 넷플릭스 등 해외 빅테크들은 국내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지 않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사업자와 달리 망 이용대가 지불을 거부 중인 상황이다. 구글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트래픽을 이용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전체 트래픽의 30.6%를 유발했다.
이는 앞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해외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와 관련해 ‘역차별’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김태규 방통위 위원장 직무대행은 “균형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달 25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서 망 무임승차 관련해 “국회와 같이 해결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유 장관은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글 등 빅테크는 망 무임승차와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달 8일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망 무임승차 논란에 대해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김 사장은 “인터넷에 최초 접속할 때 접속료를 내고 나면 그다음에 데이터는 어디든지 흐를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지금 국제적인 협의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반면 김 의원은 “구글 편의주의적 접근 방식이다. 한국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공급할 때 한국 통신사에 연결해서 국내 트래픽 유발 비용이 발생한다”고 질타했다.
국내 통신사들이 나서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인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싸움에서 국내 통신사는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영섭 KT 대표도 망 이용대가를 구글로부터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용료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받으면 통신사 입장에서는 너무 좋다”면서 “구글이라는 거대한 기업과는 힘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이같은 힘의 불균형 문제를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 의원과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난 8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공동 대표 발의했다. 글로벌 부가통신사업자와 국내 통신사업자 간 망 이용계약 시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정헌 의원도 지난 10월 망 무임승차를 막고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AI(인공지능) 시대 등을 대비해 망 이용대가 관련 대비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가통신사업자들은 모두 망 이용대가를 내는 상황에서 해외 빅테크들은 이를 회피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구글이 이야기하는 망 중립성은 망 이용대가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AI와 로봇, 자율주행 등 모두 망을 사용해 엄청나게 큰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운영이 된다”며 “지금 망 이용대가 관련 기준을 명확히 만들어두지 않으면 향후 더욱 문제가 커져 기술 발전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이야기했다.